(80) 디지털 경제와 단기 성과주의

단기 성과주의는 인간의 평향에서 비롯돼.
장기적인 작은 시도가 큰 변화의 밑거름.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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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사업에 해로운가?’ 세계 최대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은 칼럼 제목이다. 그는 단기성과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다. 투자자인 그는 자신에게 배당금을 더 주기보다 미래 사업, 연구개발, 직원 교육에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단기성과주의오랜 기간 기업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야 한다는 명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유명한 말로 대변되기도 한다. 하지만 2019년 미국 CEO 협회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는 주주가치 중심주의를 비판했다. 기업의 목적은 주주가 아니라 고객과 직원, 공급자, 지역사회와 같은 이해관계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먼저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만연한 단기성과주의가 기업에 도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주가치 극대화에도 불리하다. 2014년 래리 핑크는 기업들이 단기 수익을 위해 미래에 필요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현재 수익을 미래에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영인의 단기적 시각은 특히 상장기업에서 뚜렷하다. 하버드대와 뉴욕대 연구자들은 주식시장의 단기성과주의 압력 때문에 상장기업이 비상장기업보다 적게 투자한다고 주장한다. 동종업계에서 사업을 하는 비슷한 규모의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의 회계 정보를 비교한 결과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비상장기업은 상장기업보다 두 배 더 많이 투자했음을 밝혀냈다. 아마존과 구글의 성장만약 모든 투자자가 단기성과주의에만 매몰됐다면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기업은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존은 아주 오랫동안 이익을 전혀 배당하지 않은 채 기업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건실한 유니콘 기업도 이렇게 탄생한다. 장기성과를 지향하는 주주들과 투자자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카콜라와 코스트코, 포드, 구글, 유니레버 같은 기업들은 분기별 성과를 발표하는 대신 1년에 두 번만 발표한다. 또한 주가수익률 목표와 같은 수익지표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물론 유니레버가 수익지표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선언 직후 주가는 8%나 하락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들이 더 많이 들어왔고,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사라졌다.

사실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성향은 인간이 가진 흔한 편향 중 하나다. 오늘 100달러와 내일 102달러 중 어느 것을 받겠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오늘 100달러를 선택한다. 언제나 선택지 중에 현재가 포함되면 사람들의 인내심이 상당히 떨어지는 탓이다. 오늘 선택해야 하는 경우 손안에 든 한 마리 새를 선택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으며, 내일 선택해야 하는 경우 수풀 속의 두 마리 새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현재편향’이라고 한다. 같은 맥락으로 사람들은 오늘의 손실과 내일의 이익 가운데 오늘의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 많은 CEO가 오늘의 손실이 미래의 이익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장기에 초점을 맞춘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큰 변화를 위한 작은 시도올리비에 시보니는 그의 책 <선택 설계자들>에서 단기주의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설명한다.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을 더 강하게 느끼고, 모르는 위험보다 아는 위험이 낫다고 판단하거나 결과에 기초해 결정을 판단하는 행태 모두 인간 본성에 놓인 편향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편향들이 결합되면 작은 위험을 거부하는 반면 매우 큰 위험은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실패한 결과가 계속되면 이는 변화를 거부할 명분이 된다. 기업만이 아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여론의 즉각적인 반응이 두려워 필수적인 개혁을 미루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답보다 희생양을 찾는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런 편향은 작은 성공들을 쌓아가면 조절할 수 있다. 인간 편향의 관점에서도 변화는 한 번에 단절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변화들을 쌓아 큰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제도 개혁도 작은 성공을 장기적으로 시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