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與世推移 (여세추이)
▶한자풀이
與: 더불 여
世: 인간 세
推: 옮길 추
移: 옮길 이


세상의 변화에 맞춰 변화해가다
시대의 흐름에 융통성 있게 적응함
-<어부사(漁父辭)>한자풀이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에서 한때 삼려대부의 지위까지 올랐던 굴원은 제(齊)와 동맹해 강국인 진(秦)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적들의 모함을 받아 좌천되었다. 결국 굴원의 간언을 무시하고 제나라와 단교하며 친진(親秦) 정책을 편 초의 회왕은 장의의 모략에 빠져 진에 사로잡혀 객사했다. 경양왕이 즉위한 뒤 굴원은 다시 조정으로 돌아왔으나 회왕을 객사하게 한 자란이 재상이 되자 그를 비판하다 다시 유배됐다. 굴원은 <어부사(漁父辭)>를 지어 자신의 심정을 나타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굴원이 쫓겨나 강과 못 사이를 거닐면서 시(詩)를 읊조릴 적에 안색이 초췌하고 몸이 수척해 있었다. 어부(漁父)가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삼려대부가 아니시오? 무슨 까닭으로 여기까지 이르렀소?”

굴원이 대답했다. “온 세상이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뭇 사람이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 추방을 당했소이다.”

어부가 이에 말했다.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거나 막히지 않고 능히 세상과 추이를 같이한다오(聖人不凝滯於物而能與世推移).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혼탁하면 어찌 그 진흙을 휘저어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고, 뭇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으면 왜 그 술지게미 배불리 먹고 박주(薄酒)나마 마시지 않고 어찌하여 깊은 생각과 고상한 행동으로 스스로 추방을 당하셨소?”

굴원이 답했다. “내 일찍이 듣기로, 새로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관(冠)의 먼지를 털어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 하였소. 어찌 이 깨끗한 몸을 외물로 더럽히겠소.”

어부는 빙그레 웃고는 노를 저어가며 노래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이나 씻으리라.”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여세추이(與世推移)는 한 가지 일에만 얽매인 어리석음을 일컫는 수주대토(守株待兎)와 반대로, 시대나 세상의 변화에 융통성 있게 적응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