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도덕적 해이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 때문에 생겨나는 또 다른 문제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있다. 이는 거래나 계약이 이뤄진 이후 주어진 의무를 소홀히 하는 현상으로, 대개 본인(principal)과 대리인(agent)의 관계에서 나타난다. 본인은 일을 시키는 사람이고, 대리인은 대신 일을 처리하도록 부탁받은 사람을 뜻한다. 만약 본인과 대리인이 보유한 정보가 비대칭적이라면 대리인의 행동에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게 된다.감추어진 행동이 원인역선택과 도덕적 해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거래 대상의 감추어진 특성(hidden characteristic)에 따른 것이냐, 아니면 감추어진 행동(hidden action)에 의한 것이냐다. 역선택은 거래나 계약 이전부터 있는 비대칭적 정보 상황으로 인해 거래 대상의 감추어진 특성을 알 수 없어 발생하는 문제다. 반면 도덕적 해이는 거래나 계약을 하고 나서야만 알 수 있는 거래 대상의 감추어진 행동으로 생겨난다. 따라서 거래 전에는 분명 역선택이 없었지만, 거래 이후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것이다.역선택 피했어도 도덕적 해이 가능도덕적 해이는 역선택과 마찬가지로 상품·노동·보험시장에서 나타나지만, 주로 노동시장과 보험시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상품시장의 경우 재화보다는 서비스 관련 상품시장에서 도덕적 해이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서비스 관련 상품의 판매자는 서비스가 완료되는 순간까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막상 서비스를 시작하면 처음 얘기한 것과 다른 수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판매자의 도덕적 해이다. 구매자는 판매자의 감추어진 행동에 대해 거래 이전에는 알 수 없으므로 도덕적 해이의 피해를 보게 된다. 물론 판매자의 행위가 너무 심해 누가 봐도 위법한 행동이라면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수준이 아닌 도덕적 해이 정도라면 당사자가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노동시장에서 기업이 역선택의 발생 없이 능력 있는 노동자를 선발했더라도 입사 이후 노동자의 행동에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 피고용자가 입사 이후 자신의 능력만큼 열심히 일할지는 입사 뒤에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중에는 회사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열심히 일하지 않으려는 유인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역선택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노동자를 잘못 선발한 것이 아님에도 도덕적 해이로 인해 노동자의 성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보험 가입자는 보험 가입 이후에는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유인이 적어진다. 보험 가입 이전처럼 사고 예방을 하려면 비용이 드는데, 이제는 사고가 나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기에 그런 노력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보험 가입 이전보다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지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불법행위와 구분해야도덕적 해이는 원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일컫던 용어다. 그런데 그 의미가 점점 경제 이외 분야로 확대되어 종종 사용된다. 정치인이 선거에 당선한 이후 자신의 공약을 지키는 일에 관심이 없어진다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들을 사면하게 되면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도 도덕적 해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거래관계의 전후를 제도의 시행이나 도입 전후까지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도덕적 해이와 불법행위는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공장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행위다. 거래나 제도의 전후로 감추어진 행동이 나타나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기억해주세요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거래 대상의 ‘감추어진 특성’에 따른 것이냐, 아니면 ‘감추어진 행동’에 의한 것이냐다. 역선택은 거래나 계약 이전부터 있는 비대칭적 정보 상황으로 인해 거래 대상의 감추어진 특성을 알 수 없어 발생하는 문제다. 반면 도덕적 해이는 거래나 계약을 하고 나서야만 알 수 있는 거래 대상의 감추어진 행동으로 생겨난다. 따라서 거래 전에는 분명 역선택이 없었지만, 거래 이후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