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과 국가부채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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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유동성이란 말이 자주 나옵니다. 유동성은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돌아다니는지를 설명해주는 지표인데요,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을 어떻게 측정한다는 걸까요. 수능에서도 유동성 관련 지문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시중에 돌고 있는 돈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내 지갑에 든 돈도 유동성에 포함되죠. 내가 3년짜리 정기예금을 들면 그것 또한 유동성에 들어갑니다. 다만 시중에 풀려 있는 건 같더라도 묶인 돈과 바로 쓸 수 있는 돈은 유동성의 정도가 다르겠지요. 유동성이 높은 현금은 빠르게 돌고, 유동성이 낮은 정기예금은 천천히 도는 돈입니다.

이렇게 성질이 다른 유동성을 측정하기 위해 국제 경제에서는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요. M1, M2, Lf, L 같은 지표가 대표적입니다. 하나씩 볼까요. M1은 가장 좁은 의미의 범위를 포함하는 유동성 지표입니다. 지폐, 동전, 당장 꺼내쓸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이죠. 개인으로 보자면 당장 내가 꺼내 쓸 수 있는 돈을 말해요. 예를 들어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M1은 전월 대비 0.6% 줄었어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들고 있는 현금이 줄어들었단 얘기가 되죠.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넓은 의미의 유동성은 국가부채도 포함해요
M2는 무엇일까요. M1보다 좀 더 넓은 범위를 다루는 지표입니다. 정기예금이나 수익증권 등 시간이 지나면 쓸 수 있는 자산을 포함해요. M1보다 당연히 넓죠. 한국의 M2는 현재 4200조원을 넘어섰어요. 5년 전보다 40% 이상 늘어난 수준이죠. 그만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Lf는 금융기관 유동성이라 부르는데, 여기엔 보험·연금·펀드까지 다 포함해요. 더 넓은 개념이죠. 사람들이 투자한 돈도 여기에 모두 포함되는 겁니다. 각 개인이 당장 돈으로 바꿀 수 없지만 자산으로 생각하는 돈의 합인 셈이죠.

L은 그보다 더 넓은 범위입니다. Lf에 정부 및 기업들이 발행한 금융상품을 모두 더하면 L이 되는데요, 한 나라 경제에 돌고 있는 돈의 전체 합인 셈이죠. 우리나라의 L은 7261조원에 달합니다. M1 유동성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고 기업 투자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요. 소비지원금 등을 통해 유동성이 높아지면 당장 소비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돈이 풀리면 부작용도 따릅니다.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요. 또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자산 가격 등을 끌어올리기도 해요. 돈을 푸는 주체가 정부라면, 정부 부채도 늘어나게 됩니다. 정부가 빚을 쌓게 되면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흔들리죠.

국가는 국채를 발행해 돈을 구해요. 국채란 국가가 보증하는 빚 증서입니다. 한 국가가 벌어들이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총합인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해요. 빚을 내려면 국가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돈을 더 벌지 못하는데 빚을 더 내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국가도 신뢰가 떨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국채를 발행할 때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죠. 신뢰가 낮으면 이자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선진국일수록, 경제 강국일수록 국채의 이자가 싼 이유도 그래서죠.

정부가 국가부채를 늘리면서 유동성을 높이면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생겨요. 하지만 생산성 향상 없는 유동성 증가는 곧 물가상승 압력을 높입니다. 마냥 빚을 내서 돈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공짜 점심은 결코 없습니다.NIE 포인트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1. 유동성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할까요?

2. 유동성 주요 지표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3. 국가부채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