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디지털경제와 스타트업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경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투자가 아닌 시장 중심의 성장 전략 필요.
어느 분야의 스타트업이든 자금조달은 기업의 수명 연장을 위한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가장 적은 자본을 조달하면서 수명이 가장 길었다. 가장 많은 자본을 조달하지만 수명이 짧은 미국 기반의 스타트업과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자본조달을 중시하는 미국의 스타트업아프리카의 클레오스 어드바이저리 아프리카 창업자인 글로리 에닌나야와 나이지리아 라고스 팬애틀랜틱대학 교수인 올라미투냐 다카레 교수는 미국과 아프리카 스타트업을 비교해 차이를 찾아냈다.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경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투자가 아닌 시장 중심의 성장 전략 필요.
미국 스타트업의 특징 중 하나는 벤처캐피털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창업자는 초기 6~9개월은 자본 확보에 열중한다. 보통 사람들은 회사의 장점과 창업 과정 그리고 회사의 일반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통한 회사 미션을 설명하는 단계를 거쳐 투자자를 설득한다. 또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로 인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데 강점이 있지만, 이를 구현하는 단계에서 외부와 협력하는 과정은 어려움을 겪는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본조달을 성장 지표로 삼는다. 하지만 종종 검증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에 큰 규모의 벤처 자금이 투입되기도 한다. 투자사가 기업가치를 10억 달러로 평가하지만 매출은 1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유니콘’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승승장구하지만, 실상은 미래 성장잠재력을 이유로 과대평가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시장 수요에 집중하는 아프리카 벤처서구의 스타트업만큼 자본을 확보하기 어려운 아프리카에서는 투자자 설득보다 시장 수요자에 집중한다. 회사의 탄생 스토리, 미션보다는 제안서와 세일즈 레터, 웹사이트와 같은 마케팅 자료 개발에 집중한다. 초기에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지 않고, 창업자의 개인 저축이나 사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부트 스트랩’ 방식으로 창업한다. 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고객 니즈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이를 충족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초기 성장은 더딜 수 있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문화는 서구와 달리 공동체 중심적이다. 아이디어의 참신함은 서구에 뒤처질지 모르나, 확보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회사와의 제휴 등을 토대로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다. 창업자 개인의 네트워크에서 시작해 고부가가치 고객을 늘려나가는 방식을 취하거나, 잠재고객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 및 조합과 협력해 고객에게 다가가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에닌나야와 다카레 교수는 이러한 방식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고, 고객 충성도를 이끌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서구와의 큰 차이는 자신들의 성과를 외부 자금 조달 규모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보다 자신들과 관계를 맺는 외부 환경에 부합하는지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인증, 정부 승인, 라이선스 취득과 같은 이정표를 얻는 일이 회사 인지도 상승에 좀 더 효과적이다. 실제 아프리카 스타트업인 시카모어는 대출 분야에서 연방경쟁소비자보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스타트업이 되면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실리콘밸리 성장전략 다시 짜야서구와 아프리카 스타트업 간 비교에서 살펴본 시사점은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급격한 침체와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 실리콘밸리의 공실률은 무려 30%에 육박한다. 과거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의 주역들이 정부의 규제나 사회적 소명 의식, 문화 규범의 변화에 놀라울 정도로 무신경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돈과 멋진 아이디어 외에는 어떤 주체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시장보다 투자자에 초점을 맞춘 이들 전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실리콘밸리 침체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자율이 오르면서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진행 중이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상업용 및 주거용 부동산 침체로 이어지면서 실리콘밸리 전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스타트업의 성장 방정식이 달라져야 한다. 자본주의의 금융화로 그간 투자 중심의 성장전략이 유효했다면, 이제는 다시 시장 중심의 전략에 눈을 돌려야 한다. 잠재력이라는 이유로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미뤄둘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이 부족한 아프리카 스타트업의 사례가 보여주는 시사점이 어쩌면 지구 반대편에 놓인 실리콘밸리를 회복하기 위한 처방이 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