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미국 최악의 화재, 하와이 산불 확산 원인은?
지난 8월 8일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마우이 산불로 하와이에서 총 8.78㎢의 면적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며, 마우이섬 도시의 80%가 파괴됐다. 인명 피해도 커서 사망자는 100명 이상, 실종자는 1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상낙원’으로 꼽히던 하와이 섬에 왜 이런 대형 산불이 일어난 걸까. 과학자들은 어떤 근거로, 어떤 원인들을 주목하고 있을까.가장 먼저 꼽히는 원인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로 인해 하와이 지역에 건조한 상태가 이어졌고, 산불의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2015년 하와이대와 콜로라도대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하와이의 강우량은 우기에는 31%, 건기에는 6% 줄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불이 나기 직전 2주 사이에 하와이 지역은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상태가 빠르게 전파됐다. 게다가 허리케인 ‘도라’로 인해 강풍까지 불었다. 보통 여름 하와이에 부는 바람의 최고 시속은 64km 정도인데, 당시에는 최고 시속 108km의 바람이 불었다. 강한 바람과 건조한 기후, 작은 불씨만 있다면 불이 금세 번지기 쉬운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달라진 생태계도 산불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마우이섬 주민들이 들여온 당밀풀, 키쿠유풀, 수크령 등의 외래종은 사탕수수 농장이 있던 땅을 장악했다. 이전에는 대규모 농장이었지만 사탕수수 산업이 쇠퇴하면서 빈 땅이 되었고,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외래종이 점점 영역을 넓혀갔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분석에 따르면 외래종 초목이 하와이 섬의 4분의 1을 덮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외래종들이 마우이 토착 식물보다 가연성이 강한 특징을 지녔다는 점이다. 하와이 마우이 정부위원회는 2021년 외래종으로 인해 화재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마우이 산불 발생 직후 하와이대 자연및환경관리학부 소속 연구원인 클레이 트라우어니히트는 “(하와이) 당국이 외래종을 관리했다면 산불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왜 산이 아닌 도시까지 피해가 컸던 걸까. 화재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미비한 건축법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전부터 산불이 많이 발생해온 미국 서부 21개 주는 건물 건축 시 콘크리트, 벽돌, 철강처럼 불에 잘 타지 않는 재료를 사용한다. 또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택지는 수풀림과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 하와이는 ‘주택난’을 이유로 아직 해당 건축법이 채택되지 않았다.
가뭄, 강풍, 불이 잘 붙는 식물과 주택까지. 지난 8월의 하와이는 불이 붙으면 쉽게 퍼져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불씨가 없었다면 어떤 조건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하와이 마우이섬을 삼킨 산불의 방아쇠는 ‘송전선’이었다. 조사 결과, 산불이 시작된 8월 8일 아침 강풍으로 인해 송전선이 끊어졌고 당시 발생한 화재는 소방서에서 출동해 진압했지만, 같은 곳에서 오후에 다시 화재가 발생하며 대형 산불로 번졌다. 오후에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 끊어진 송전선에서 시작된 것인지, 남아 있던 불씨가 커진 것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하와이 당국은 전력을 공급하는 하와이안 일렉트릭 인더스트리가 마우이섬에 강풍주의보와 화재 적색경보가 떴음에도, 전력 공급을 중단하지 않은 점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작년에도 동해안에서 서울 면적의 4분의 1이 전소되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기후변화는 산불의 규모를 키우는 원인이며, 지금 당장 변화를 멈출 수 없다는 점도 맞지만 산불은 기본적으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 ‘인재’다. 이번 마우이 산불도 하와이 당국이 예방,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마우이섬에 설치된 비상 사이렌이 제대로 울리지 않았고, 통신과 라디오가 작동하지 않아 주민들의 대피가 늦어졌다. 자연과 인간의 일상이 화마에 휩쓸리지 않도록 산불 예방과 관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기억해주세요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작년에도 동해안에서 서울 면적의 4분의 1이 전소되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기후변화’는 산불의 규모를 키우는 원인이며, 지금 당장 변화를 멈출 수 없다는 점도 맞지만 산불은 기본적으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 ‘인재’다. 이번 마우이 산불도 하와이 당국이 예방,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마우이섬에 설치된 비상 사이렌이 제대로 울리지 않았고, 통신과 라디오가 작동하지 않아 주민들의 대피가 늦어졌다. 자연과 인간의 일상이 화마에 휩쓸리지 않도록 산불 예방과 관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