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투어리즘
도시 규모에 비해 관광객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교통, 환경, 물가 등에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오버투어리즘 비판 시위에 등장한 문구.  한경DB
도시 규모에 비해 관광객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교통, 환경, 물가 등에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오버투어리즘 비판 시위에 등장한 문구. 한경DB
이탈리아 피렌체는 지난 6월 역사지구 내 신규 단기 주택 임대를 금지했다. 쉽게 말해 가정집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용도 변경할 수 없게 한 것이다. 피렌체는 해마다 평균 1500만 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도시다.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 관광객이 과잉 유입되다 보니 시민들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집주인들이 수입이 짭짤한 에어비앤비 임대로 몰리면서 정작 현지 주민의 보금자리가 부족해진 문제가 대표적이다. 피렌체에서 월세를 살려면 급여의 72%를 지출해야 한다는 충격적 통계까지 나왔다. 여행자 덜 오게 하려고…입장료 걷고 규제 늘려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려 주민과 관광객 모두 불편을 겪는 현상을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이라고 한다. 오버투어리즘에 질려 여행객 유입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꺼내드는 도시가 잇따르고 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지에서는 바퀴 달린 여행가방을 끌다가 적발되면 벌금 265유로(약 38만 원)를 내야 한다. 돌과 자갈로 포장된 길에서 캐리어가 일으키는 소음에 고통을 호소한 주민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는 내년 1월부터 3~10유로(약 4000~1만4000원)의 입장료를 걷는다. 베네치아 본섬 역사지구와 리도·무라노·부라노 등 주변 섬을 찾는 당일치기 여행객이 대상이다. 숙박객에게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당일치기 여행객에게도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늘어난 관광객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순기능도 하지만 교통체증, 환경 훼손, 임대료 상승 등의 부작용도 유발하는 만큼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얼떨결에’ 관광 명소가 되어버린 시골 마을이라면 스트레스가 더 크다. 스위스 이젤트발트는 지난 5월 호숫가 부두에 개찰구를 설치해 5스위스프랑(약 7500원)을 내야 들어갈 수 있게 했다. 또 주차장에는 예약한 버스만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젤트발트는 인구 400명 남짓인 작은 호수 마을인데,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였다. 이 작품이 넷플릭스를 타고 세계적 인기를 누린 이후 단체 관광버스가 마을을 점령하면서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해왔다. 日 디즈니랜드는 “입장객 20% 줄이겠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기업 중에서도 소비자 수를 마냥 늘리기보다 ‘적정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 올해로 개장 40주년을 맞은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를 사례로 들 수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최근 발표한 경영계획에서 내년 입장객 목표를 2600만 명으로 제시했다. 2018년(3256만 명)보다 20% 적은 수치다. 2020~2021년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하루 입장객을 5000~1만 명으로 제한했더니 1인당 소비액과 고객 만족도가 오히려 올라간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대기시간이 짧아지면 더 다양한 장소에서 기분 좋게 지갑을 열 것이라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