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볼 수 있는 '수출이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라는 문장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전망이다' 부분을 '~ㄹ 것으로 전망된다'처럼 피동형으로 바꿔 동사문으로 써야 바른 문장이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지난달 11일 서울에서 K-팝 공연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쳤다. 그 사이 태풍 카눈의 북상과 잼버리 대원들의 이동 과정을 전한 언론들의 뉴스 문장 중에는 글쓰기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표현이 있다. 서술어 ‘예정이다’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두 문장은 문법적으로 같은 것 같지만 실은 다르다. 정상적 명사문과 비정상적 명사문가)와 나)를 골자만 추리면 각각 ‘카눈은 ~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대원들은 ~ 이어갈 예정이다’이다. 같은 문형이지만 읽을 때 자연스러움의 정도가 다르다. 비문 여부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가)는 비문이다. ‘카눈=예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나)는 학자마다 다소 논란이 있지만 정상적 명사문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대원들=예정’, 즉 예정의 주체는 대원들이기 때문에 주어와 서술어를 동격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측면에서 두 문장을 비교해보자. 가)의 ‘예정’은 명사문 성립 여부는 둘째치고 어휘론적으로 ‘단어 선택의 오류’이기도 하다. 예정은 ‘할 일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 주체의 의지나 의도가 반영된 가치어다. 유정체에만 이 말을 쓸 수 있다. 태풍의 진로는 ‘예정’할 수 없고, 사람이 예측·관측하거나 예상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가)는 ‘카눈’을 주어로 삼으려면 피동으로 쓸 수밖에 없다. 즉 ‘카눈은 ~ 북한으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명사문은 ‘명사+이다’로 서술어를 만든다. 명사의 효용은 개념성과 압축성(또는 간결성)에 있다. 그 대신 서술성은 떨어진다. 그래서 명사문의 서술어는 반드시 ‘명사’에 서술격 조사 ‘-이다’가 결합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때의 명사는 문장에서 보어 구실을 하며, ‘-이다’가 붙어 그 명사에 서술성을 부여한다. 당연히 명사문은 무언가를 규정하고 지시하는 데 유용하다. ‘무엇이 무엇이다’ 꼴인 명사문에서 이 서술부 ‘명사’가 주어와 일정한 의미적 관계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주체 드러내 주어로 삼는 게 요령수많은 변형 문장 속에서 이 주어-서술어 관계의 성립 여부에 따라 정상적 명사문과 비정상적 명사문이 갈린다. 신문 언어에서 흔히 나타나는 서술어 ‘~할 전망이다’류가 대표적인 비정상적 명사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두 가지가 있다. 다 똑같은 비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① 그는 내일 떠날 ‘계획이다’. ② 그는 내일 떠날 ‘전망이다’. 두 문장은 같은 유형의 명사문 같지만 비문 여부가 다르다. ①을 동사문으로 바꾸면 ‘그는 내일 떠나려고 계획하고 있다’이다. ‘그=계획의 주체’다. 따라서 서술어 ‘계획이다’는 주어의 동작, 속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정상적 명사문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그에 비해 ②의 서술어 ‘전망이다’는 주어‘그’와 연관성이 없다. ①과 달리 ‘그≠전망의 주체’다. ‘전망’의 주체는 화자(話者)이거나 제3의 누군가로 보이는데, ‘그’가 주어인 문장에서 서술어로 행세하고 있으니 머리 따로, 꼬리 따로인 셈이다.
흔히 볼 수 있는 ③ ‘수출이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④ ‘아파트 분양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같은 문장이 모두 바른 표현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망이다’ 부분을 ‘~ㄹ 것으로 전망된다’처럼 피동형으로 바꿔 동사문으로 써야 바른 문장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