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33) 구성의 오류
최근 주식시장에서 테마주 열풍이 무섭습니다. 특정 소재의 발견, 신기술 개발 등의 소식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테마주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연구 기관의 발표나 신기술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주식 가격은 급격히 하락합니다. 일부 주식 보유자들이 매도하는 것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투자자 모두가 해당 주식을 매도하면 가격은 급락하고 시장은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개인에게는 합리적 선택일지 몰라도 시장 전체에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구성의 오류’라고 합니다.절약만 하면 부유해질까
[테샛 공부합시다] 모두가 저축하면 경제는 오히려 위축돼요
구성의 오류로 다양한 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절약의 역설’입니다.

절약의 역설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유명해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언급했습니다. 개인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 부유해질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저축하면 총수요가 감소해 사회 전체의 부가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죠.

재산을 늘리기 위한 저축은 개인에게는 합리적 선택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소비하지 않고 저축만 하면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소비가 위축되고 상품은 팔리지 않겠지요. 그럼에도 기업이 더 생산하고 투자하면 과잉 공급으로 재고가 쌓이고 손실을 보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와 생산 활동이 위축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과 고용이 감소합니다. 그래서 케인스는 불황기에 절약의 역설이 발생하면 정부가 지출을 늘려 위축된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너도나도 은행으로금융시장에서도 구성의 오류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사례는 금융시장을 매우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바로 ‘뱅크런’입니다. 뱅크런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은행으로 달려간다는 의미지요. 앞서 언급한 주식시장 폭락 사태처럼 뱅크런도 패닉이 패닉을 불러오는 악순환의 과정입니다. A라는 은행이 있습니다. 은행은 고객 예금을 받아 일정 비율의 돈인 지급준비금만 남기고 대출을 해줍니다. 하지만 A은행이 투자한 금융 상품에서 큰 손실이 발생해 건전성이 악화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A은행에 예금한 고객들은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은행에 맡긴 내 예금을 당장 찾으러 가야 해!’라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일부 개인이 예금을 찾아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하지만 A은행의 수많은 고객이 동시에 맡겨둔 예금을 찾으러 은행으로 달려오면 어떻게 될까요? 은행은 가지고 있는 현금만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지급 불가능 상태가 될 것입니다. 다른 은행에도 이 같은 위기가 전염되면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지게 되지요. 게다가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예금 인출이 쉽게,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패닉 발생 속도도 더 빨라졌습니다.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위기가 불거진 후 36시간 만에 파산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죠. 이렇듯 선택의 학문인 경제학에서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더해지면 전체로는 부정적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