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폭염의 원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1894년에 만들어진 올림픽 구호다. 올해 폭염을 다루는 뉴스들이 앞다투어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어 마치 올림픽 구호를 듣는 듯하다. 지난 7월에는 극한 폭염이 더 빨리, 더 높은 온도로, 더 힘차게 나타났다.
정체된 제트기류는 현재 북미, 유럽 및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열을 가두고 있다. /출처: 영국 기상청
정체된 제트기류는 현재 북미, 유럽 및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열을 가두고 있다. /출처: 영국 기상청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는 52.5℃를 기록했다. 인근 지역에서 맨홀 뚜껑에 기름만 발라 팬케이크를 굽는 영상이 올라왔다. 베이징은 한 달간 40℃가 넘는 날이 6일, 사람 체온보다 낮은 날이 단 이틀뿐이었다. 이란 페르시안 걸프 국제공항에서는 체감온도 66.7℃를 찍었다. 그리스 곳곳에서는 평균기온 40℃를 넘겼고, 산불로 이재민 4000명이 발생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47℃, 로마 41.8℃, 사르데냐는 45℃를 기록했다. 23개 도시에서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유럽에서는 작년 폭염으로 6만 명 넘게 사망했는데, 지난 일주일 동안에만 1만1000 명이 넘게 사망했다.

미국은 34개 지역에서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고, 53.3℃를 기록한 데스밸리는 기념 촬영지가 되었다. 피닉스에서는 일 최고기온이 19일 연속 43℃를 넘었고, 최고 47.8℃를 기록했다. 서남부 주요 도시는 최고 52℃까지 올랐고, 낮은 곳도 37℃였다. 캐나다에서는 수도 오타와에서 47℃, 북극권 인접 지역이 38℃까지 올랐다. 여기까지는 북반구 상황이다. 남반구 호주 시드니는 평년 기온보다 무려 8℃가 높은 24.7℃를 기록했다. 현재 남반구는 겨울이다.

지역별 기록은 물론이고 지구 평균기온도 최고점을 찍었다. 7월 5일에 전 지구 평균기온이 17.18℃로 역대 최고를 찍고, 바로 이틀 뒤에 17.24℃가 되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15℃보다 2℃ 이상 높다. 1~2℃는 작게 느껴지지만, 여기서 얘기하는 온도는 평균온도다. 신체 일부 온도가 1~2℃ 오르더라도 걱정하지 않지만, 체온이 38℃가 넘어가면 해열제를 먹고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우리 몸 하나도 이 정도인데, 지구 전체 온도가 1~2℃ 오르는 것은 정말 큰일이다.
제트기류는 약해질수록 물결친다. 열대지역 공기가 북상해 머무는 지역에서는 극심한 더위가 찾아온다. /출처: NOAA
제트기류는 약해질수록 물결친다. 열대지역 공기가 북상해 머무는 지역에서는 극심한 더위가 찾아온다. /출처: NOAA
기상학자들은 극한 폭염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원인으로 중위도 편서풍의 좁은 띠인 제트기류를 꼽는다. 제트기류는 차가운 북극 공기와 따뜻한 남쪽 공기가 만나 형성되고, 기온차가 클수록 풍속이 빠르다. 어떤 이유로 남북의 기온차가 작아지면 풍속이 느려지고 경로가 휘어져 물결친다.

전 지구 기온이 높아지는 가운데 북극이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더 빠르게 높아져 남북의 기온차가 작아졌다. 기상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제트기류가 매우 느려졌고, 경로는 구불구불해졌다. 열대의 따뜻한 공기가 북쪽으로 이동했고, 유럽 남부와 북미 남부 및 중국 동부 같은 일부 지역에서 열을 축적하며 멈추어 있는 패턴을 유지해 극심한 더위와 강력한 산불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북극의 온도 상승이 실제로 제트기류를 약화한다는 근거를 발견한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1979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상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캐나다 북부 적설량이 감소함에 따라 제트기류가 더 약해져 따뜻한 공기가 그린란드에 머무르게 되고, 얼음이 빨라 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앞으로 제트기류가 더 물결칠 것이고, 극한 기상 현상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에 시베리아보다 추운 한파가 올 때도 역시 제트기류가 물결칠 때이다. 제트기류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번 폭염 때처럼 제트기류가 구불구불해지면 북쪽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까지 내려오게 된다. 폭염의 원인이 곧 한파의 원인이다. 지난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한 기상이 새로운 일상일 거라는 경고를 오래전부터 들어 왔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이후 일상을 회복한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최고점을 찍었다. 이제는 지구 가열 가속화도, 폭염과 산불, 한파도 이미 일상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일상은 미래가 아닌 지금 우리의 문제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가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고민하며 행동하고 있으므로 우리 인류는 결국 함께 방법을 찾을 것이다. 너, 나, 우리 모두 함께 하자. 2021년 새롭게 바뀐 올림픽 구호처럼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 다 함께!’√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온난화로 제트기류 약해지면 혹서·혹한 발생
기상학자들은 극한 폭염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원인으로 중위도 편서풍의 좁은 띠인 제트기류를 꼽는다. 제트기류는 차가운 북극 공기와 따뜻한 남쪽 공기가 만나 형성되고, 기온차가 클수록 풍속이 빠르다. 어떤 이유로 남북의 기온차가 작아지면 풍속이 느려지고 경로가 휘어져 물결친다.

서윤희 한성과학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