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30) 염철론
기원전 81년 중국 한나라 조정에서 큰 논쟁이 있었습니다. 당시 경제정책을 책임지던 어사대부 상홍양(그림)과 지식인들 사이에 무제(武帝) 시기의 각종 정책을 무제가 죽은 뒤에도 지속할지를 두고 토론이 벌어진 것입니다. 특히 ‘염철전매제’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습니다. 이는 <염철론(鹽鐵論)>이라는 책에 기록돼 있습니다. 이 논쟁이 후대에 이름을 날릴 줄은 이들은 몰랐겠지요.소금과 철을 국가가 독점
[테샛 공부합시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국가 개입 논쟁
상홍양은 “국가가 소금과 철의 전매를 통해 재정을 풍족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사업과 대외 정복 활동 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고, 지식인들은 “국가가 민간과 이익을 다퉈선 안 된다”며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한나라 무제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정복 군주였고, 특히 북쪽의 흉노를 제압하기 위해 여러 번 전쟁을 했지요. 전쟁에는 각종 물자와 돈이 필요합니다. 국가의 세금 수입은 한정적인데 지출할 곳이 많아졌습니다. 무제는 이를 충당할 수입원을 찾아야 했지요. 그것이 바로 소금과 철이었습니다. 소금은 일상생활에 필수적이었고, 철은 농사를 지을 때 사용하는 농기구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였습니다. 소금과 철을 국가가 독점하면서 생산·유통·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수익이 국가로 귀속되는 거죠.

실제로 염철전매제는 한나라가 다양한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부작용은 없었을까요? 민간이 제조했더라면 필요에 따른 농기구 제작이 가능했을 겁니다. 하지만 국가가 품질과 규격 등을 정하면서 농민은 국가가 정한 농기구만 사용해 농업 생산량이 감소했습니다. 소금도 전매를 위해 기존에 소금을 생산·유통하던 업자들을 국가가 관료로 만들면서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는 등 폐단이 극심했다고 합니다.큰 정부 vs 작은 정부염철론에서 논쟁한 주된 내용을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면, 국가의 개입 범위를 늘리자는 쪽과 국가가 개입하니 부작용만 늘어난다는 쪽의 대립입니다. 넓게 보면 큰 정부와 작은 정부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지금도 정부가 국민 생활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경제활동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기름값, 통신비, 은행의 금리부터 최근에는 밀, 라면, 빵 등 국민 생활과 관련이 깊은 영역의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려 하지요. 그러면 기업은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을 일부 인하한다고 발표합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니 지지받지만 이것이 장기적으로도 좋을까요?

기업은 제품을 생산·판매해 벌어들인 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이익을 남깁니다. 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바탕으로 다시 제품 개발에 투입하는 등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출하죠. 하지만 정부가 개입해 가격 결정 체계를 무너뜨리면 이 같은 활동을 하지 못하고 결국 제품, 나아가 기업 경쟁력이 약해집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 후생이 약화하겠지요. 국가 개입 논쟁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