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이다'는 원인이나 까닭을 드러내는 구문에서 쓰는 말이다. 문장 전개는 "A했다. B 때문이다"가 전형적인 양식이다. 결과(A)가 먼저 제시되고 원인(B)이 뒤따르는, 두 문장 구조로 돼 있다.
연초부터 화제가 된 챗GPT는 기존 인공지능(AI)이 한 단계 진화한 버전이다. 그동안 AI는 이런저런 실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진왜란이 언제 일어났어?” “임진왜란아~ 엄마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난 거야.” AI의 실수 또는 한계 사례로 이런 게 꽤 많이 유포됐다. 대화의 맥락을 알아채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대입하고 해석하는 데서 오는 오류다. 뉘앙스 차이로 어색한 문장 많아글쓰기에서도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알아채지 못해 자칫 어색한 문장을 만들기도 한다. 논리적으로 앞뒤 연결이 안 되는데 그걸 눈치채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가져온다. 그중 하나가 인과관계 구문의 잘못된 사용이다. 이 오류는 의외로 오류인지조차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맥락을 이해하고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1. 전기요금이 당분간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인상이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냉방기기 사용이 많은 여름철을 앞둔 데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공공요금 추가 인상은 여당에도 부담되는 일이다.
#2.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스스로를 또다시 시험대에 올렸다. 법적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으로 프랑스 노조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 건과 ‘연금개혁안’은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와 프랑스에서 각각 뜨거운 이슈였다. 이를 전한 두 사례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서술어가 모두 ‘때문이다’로 끝났다. 그러니 이들은 인과관계 구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절반만 본 것이다. 이들의 진짜 공통점은 그 인과관계 구문을 잘못 썼다는 데 있다.
‘때문이다’는 원인이나 까닭을 드러내는 구문에서 쓰는 말이다. 문장 전개는 “A했다. B 때문이다”가 전형적인 양식이다. 결과(A)가 먼저 제시되고 원인(B)이 뒤따르는, 두 문장 구조로 돼 있다. 이를 한 문장으로 쓸 수도 있다. 그러면 ‘B(원인) 때문에 A했다(결과)’로 치환된다. 논리적 관계 무너지면 글 엉성해져이제 예문을 대입해 보자. 편의상 요지만 추리면, “전기요금은 인상되지 않는다. 정부가 인상이 어렵다고 했기 때문이다”가 된다. 어딘지 이상하다. 한 문장으로 바꿔보자. “정부가 인상이 어렵다고 했기 때문에 전기요금은 인상되지 않는다.”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인상되지 않는다=인상이 어렵다고 했다.’ 두 문장이지만 사실상 같은 의미다. 다른 각도에서 살피면 구조가 좀 더 분명해진다. 두 문장은 주어만 다른, 능동-피동 관계에 있다. ‘때문이다’를 떼놓고 보면 명확해진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걸 피동으로 바꾼 게 앞 문장 “전기요금이 당분간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다. 그러니 두 문장은 형태만 다를 뿐 의미는 같다. 서로 인과관계에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 문장을 올바로 쓰면 어떤 전개가 될까. “전기요금이 당분간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인상이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냉방기기 사용이 많은 여름철을 앞둔 데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공공요금 추가 인상은 여당에도 부담되기 때문이다.” 정작 원인은 그 뒤에서 나온다. 논리적 관계를 짜임새 있게 담아낼 때 글도 설득력을 더한다.
두 번째 사례도 같은 이유로 동어반복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앞뒤 문장을 한 문장으로 이어 말해보자. “~프랑스 노조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에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렸다”가 된다.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난다. ‘시험대에 올렸다’나 ‘역린을 건드렸다’나 같은 말이다. 표현만 달리했을 뿐 인과관계가 아니다. 이치에 맞지 않으니 당연히 글의 흐름도 어색해진다. 뒷문장을 ‘~때문이다’ 대신 ‘~역린을 건드렸다’로 마치면 된다. 이때 뒷문장은 앞 문장을 좀 더 자세히 부연설명하는 것인데, 그로써 뒷문장은 그 역할을 다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