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 달걀 삶기
기차 여행, 부활절, 냉면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답은 삶은 달걀이다. 우유와 더불어 완전식품으로 불려온 달걀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왔다.
![[과학과 놀자] 터지지 않게 하려면 식초·소금 화학반응 활용을](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AA.33582646.1.jpg)
![[과학과 놀자] 터지지 않게 하려면 식초·소금 화학반응 활용을](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AA.33582628.1.jpg)


애초에 달걀이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달걀을 바로 끓는 물에 넣지 않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달걀 속에 공기가 들어 있는 기실(air cell)이 있기 때문이다. 기실은 일종의 공기주머니인데, 신선한 달걀일수록 작고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증발하고 내용물이 수축하면서 점차 커진다. 차가운 달걀을 끓는 물에 넣었을 때 달걀이 터지는 이유는 기실 속 공기의 부피가 갑자기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걀이 터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온도 변화가 갑자기 일어나지 않도록 찬물에 담가 서서히 삶거나 삶기 전 냉장고에서 꺼내둬 달걀의 온도가 충분히 올라간 뒤에 삶는 것이 좋다. 이처럼 달걀 속 공기는 달걀이 깨끗하게 삶아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기실 속 공기는 달걀 껍데기를 벗길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달걀을 삶으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기실 속 공기의 부피가 커지므로 달걀 껍데기에 뚫린 미세한 구멍으로 공기가 조금씩 빠져나가게 된다. 이렇게 익힌 달걀을 그대로 꺼내 껍질을 벗기면, 흰 난각막과 달걀이 서로 달라붙어 좀처럼 깨끗하게 벗겨지지 않는다. 이럴 때 껍질이 잘 벗겨지게 하는 방법은 삶은 달걀을 재빨리 찬물에 담가두는 것이다. 달걀이 익는 동안 기실에 있던 공기가 일부 빠져나간 상태에서 갑자기 찬물에 담가 온도를 낮추면 압력이 낮아지면서 물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이로 인해 난각막과 달걀 사이에 틈이 생겨 껍질이 잘 벗겨지게 된다. 신선한 달걀과 오래된 달걀 중 어떤 것이 더 껍질이 잘 벗겨질까? 기실의 크기가 클수록 공기의 부피 변화가 클 것이므로 오래된 달걀이 훨씬 쉽다. 그러니 달걀을 삶아 먹고 싶을 땐 오래된 달걀을 쓰도록 하자.
달걀이 삶아져서 우리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달걀 속 공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았으니, 삶은 달걀을 먹으면서 한 번쯤 기실이 어디인지 살펴보면 어떨까. 그리고 삶아지는 동안 부피가 커져서 빠져나갔던 달걀 속 공기를 생각하며, 중학교 때 배웠던 샤를 법칙을 떠올려봐도 좋겠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터지지 않게 하려면 식초·소금 화학반응 활용을](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AA.33613779.1.jpg)
전화영 서울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