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서 '군더더기'는 여러 유형으로 나타난다. 단순히 어휘나 문장 차원을 넘어 내용상 군더더기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인용문 뒤에 무심코 덧붙이는 '소감을 밝혔다/포부를 밝혔다'류는 그중 하나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보이지 않는 오류 하나, '소감을 밝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팀에서 활약 중인 김민재가 지난 5일 개인 소셜미디어에 기쁜 소식을 알렸다. 자신이 뛰고 있는 나폴리의 세리에A 우승이 확정된 직후다. 그런데 이를 전한 국내 한 언론의 보도문은 그리 깔끔하지 않다. <이적 첫 시즌부터 핵심 수비수로 맹활약하며 나폴리의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이끈 김민재가 ‘역사적인 성과에 일원이 돼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내용상의 군더더기’는 놓치기 십상무엇이 문제일까? 상투적인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자칫 소홀히 넘기기 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문장을 힘 있게 쓴다’는 눈으로 들여다보면 걸리는 데가 있다. ‘~는 소감을 밝혔다’가 그렇다. 글쓰기에서 ‘군더더기’는 여러 유형으로 나타난다. 단순히 어휘나 문장 차원을 넘어 내용상 군더더기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인용문 뒤에 무심코 덧붙이는 ‘소감을 밝혔다/포부를 밝혔다’류는 그중 하나다.

<최경주는 “최근 성적이 부진했는데 믿음으로 후원을 계속하는 SK텔레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형적인 ‘상투적 표현의 오류’ 사례다. ‘소감’은 마음에 느낀 바를 뜻하는데, 아주 넓게 쓰이는 말이라 좋은 표현이 아니다. 이 인용문은 좁혀 말하면 ‘사의’, 즉 고마움을 전한 내용이다. 그것은 인용문에서 이미 충분히 드러난다. 굳이 ‘소감을 밝혔다’라고 덧붙인 것은 잘못된 글쓰기 습관일 뿐이다. 서술어 ‘밝혔다’도 새로운 사실이나 판단을 드러낼 때 쓰는 말로, 이 문장에선 적절치 않다. ‘말했다’를 쓰는 게 무난하다. <최경주는 “최근 …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라고 하면 간결하고 힘 있는 표현이 된다.

대부분 ‘소감을 밝혔다’가 군더더기인 까닭은 앞에 오는 인용문 자체가 소감이므로 다시 서술어에서 ‘소감을 밝혔다’고 반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포부나 계획을 말한 뒤 서술어로 ‘~는 포부/계획을 밝혔다’ 식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마찬가지 오류다. ‘~라고 말했다’가 간결한 표현이다. 김민재 선수의 소식을 전한, 서두의 기사 문장도 <… 김민재가 ‘역사적인 … 영광스럽다’고 말했다.>라고 쓰는 게 요령이다.어미 ‘-ㄹ’에 미래 추정 의미 담겨 있어이 유형의 오류는 확장성이 꽤 크다. 글쓰기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모두 같은 오류 범주에 들어간다. ①이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②OOO 연구위원은 “… 가계 및 기업 부채가 국민 경제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저금리에 의존하던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독려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①에서 ‘~기대감을 표시하다’는 어색한 표현이다. ‘~이라고 말했다’로 하면 그만이다. 인용문에서는 서술어를 ‘말했다/전했다/밝혔다/강조했다/덧붙였다/지적했다…’ 등을 내용에 맞게 선택해 간결하게 처리하는 게 좋다. ②에서는 ‘전망한다’ ‘판단한다’가 거슬린다. <“~작용할 것”이라며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면 충분하다. 여기에 굳이 ‘전망한다/판단한다’라는 서술어를 덧붙일 이유가 있을까? 의미상으로도 그렇고 문법적으로도 그렇다. 우선 의미상으로는, ‘전망한다/판단한다’ 앞에 온 부분이 서술어와 동어반복이다. 즉 ‘~부채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곧 ‘전망하는’ 것이고, ‘저금리에 ~ 삼아야 할 것’은 ‘판단하는’ 것이다. 그것을 서술부에서 다시 반복해 적시할 필요는 없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저널리즘 글쓰기 10원칙' 저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저널리즘 글쓰기 10원칙' 저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문법적으로는 ‘~할 것’이란 표현에 미래 추정의 의미가 담겨 있으므로 따로 ‘전망한다’를 쓸 필요가 없다. ‘~할’이라는 관형어에 쓰인 어미 ‘-ㄹ’이 그런 기능을 담당한다. 이 말은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고 추측, 예정, 의지, 가능성 등 확정된 현실이 아님을 나타낸다. 어미 ‘-ㄹ’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추측하거나 전망하는 의미를 담는 데 충분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