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빌딩이 밀집한 미국 뉴욕 맨해튼 야경.  AFP연합뉴스
빌딩이 밀집한 미국 뉴욕 맨해튼 야경. AFP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심장부에 있는 유니언뱅크빌딩. 22층짜리 이 건물의 가치는 2019년만 해도 3억 달러(약 4000억 원)로 평가받았다. 최근 매물로 나와 입찰에 부쳐진 이 빌딩은 6000만 달러 정도에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4년 만에 값이 80% 떨어진 것이다. CBRE그룹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공실률은 30%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7배가 넘는다. 재택근무가 보편화하고 경기마저 꺾이자 사무실을 비우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상가·공장 등이 상업용 부동산상업용 부동산(commercial property)이 미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사무실, 상가, 공장 등과 같이 상업 활동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부동산을 뜻한다. 아파트,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 하락은 로스앤젤레스, 뉴욕 맨해튼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 회사 코스타그룹은 올 1분기 미국 전체에서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비어 있는 오피스 비율이 12.9%로, 2000년 집계 시작한 이후 최고치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어 공실률은 내년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임대도 안 되는데 금리까지 계속 오르자 부동산 회사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불안이 은행권으로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회사들이 주로 중소 은행에서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트레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5조6000억 달러(약 7400조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이 1조 달러를 넘는다. 만기 도래 때는 높아진 시중금리를 반영해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대출에 한층 깐깐한 잣대를 들이미는 중소 은행들이 아예 돈을 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상업용 부동산이 줄줄이 강제 매각되는 과정에서 은행이 또 다른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임대 수익이 줄어든 부동산 회사가 건물을 담보로 빌린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룩필드, 워터브리지캐피털, 블랙스톤 등 일부 상업용 부동산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가격 더 내려갈 것” vs “폭락 우려는 과도”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가 미국 은행권 불안에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멍거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단짝이자 최측근이다. 그는 “사무용 빌딩과 쇼핑센터를 포함해 문제가 많은 상업용 부동산이 다수”라며 “은행들이 부동산 대출을 더 조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피스를 제외한 나머지 상업용 부동산은 부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 대비 40%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