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24) 테킬라 효과
최근 멕시코 바칼라르 호수 근처 한국 음식점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멕시코 사람들과 관광객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면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달리 멕시코는 큰 경제위기로 힘들었던 적이 있지요. 1995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금융지원을 받게 됩니다. 멕시코는 이때 어떤 위기에 처했던 것일까요?멕시코 위기와 인접국의 전염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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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멕시코 경제는 성장했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면서 외환보유액이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대외 지급을 위해서는 미국 달러화를 충분히 보유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죠. 이를 메우기 위해 단기 외국인 자본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단기 자본은 만기가 짧아 상환 시기도 빨리 다가옵니다. 멕시코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 쌓이면서 페소화의 가치는 계속 하락합니다. 이를 방어해야 하는 멕시코 당국은 외환보유액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에 더해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 3%였던 기준금리를 6%까지 올리면서 미국으로의 자금 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멕시코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이 심해지면서 경제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 위기가 멕시코에서만 끝났다면 괜찮았겠지만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금융 여건이 취약한 인접 국가에도 전염됐습니다. 이를 ‘테킬라 효과’라 부릅니다. 멕시코의 전통술인 테킬라를 마시면 취하는 것처럼, 한 국가의 금융위기가 인접 국가도 전염시킨다는 의미로 사용되죠.위기는 주변국을 넘어 세계로이후 테킬라 효과를 한국도 경험했습니다. 1997년 태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거쳐 한국으로 전염됐죠. 한국도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 부채가 누적되면서 불안을 느낀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고, 이 같은 상황이 심해지면서 외환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세계는 더 긴밀히 연결돼 위기의 파급력이 주변국에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2008년 미국에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그랬습니다. 당시 한국도 주가가 폭락하고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하는 등 상당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시작으로 뉴욕의 시그니처은행까지 파산하면서 위기감이 덮쳤습니다. 또 167년 역사를 가진 스위스의 대표적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도 지난해부터 불거진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UBS에 인수됐죠.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해지면서 금융권 위기의 전염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때 SVB의 파산으로 한국도 주가나 환율, 채권 금리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위기 발생의 시기를 정확하게 예상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한국도 테킬라 위기를 겪지 않도록 금융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