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서울 강남의 포스코 본사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한경DB
서울 강남의 포스코 본사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한경DB
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로 굳어져 있던 ‘5대 그룹’ 구성이 바뀌었다. 포스코가 재계 5위로 올라서고 롯데는 6위로 내려앉았다. 또 지난해 LG그룹에서 분리한 LX와 2차전지 소재 업체 에코프로 등 8개 그룹은 올해 처음 ‘대기업’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지난 25일 발표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대기업이라는 말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국내에서는 공정위가 1년에 한 번 지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곳을 가리킨다. 뉴스에서는 공시대상기업집단 대신 대기업집단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자산 5兆 넘으면 ‘대기업’…올해는 82곳 지정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는 한국을 빠르게 성장시킨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소수의 경제력 독점, 불공정 경쟁, 일부 오너의 무소불위 행태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1987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을 골라 경제력 독점을 억제하는 각종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은 꾸준히 바뀌어왔는데, 현재는 계열사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어가는 그룹이 대상이다. 올해 지정된 대기업집단은 82개로 작년보다 6개 늘었다. 이들 집단에 소속된 회사는 3076개, 연매출을 모두 더하면 1979조1000억원에 이른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면 기업의 재무 상태, 임원 명단, 지분 구조 등을 공시해야 하고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등의 의무가 부과된다. 자산 총액이 10조원을 돌파하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추가 지정된다. 계열사 간 주식을 취득·소유하는 상호출자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순환출자가 금지된다. 규제가 많아지다 보니 여기에 지정되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

대기업집단 명단을 보면 자산을 기준으로 한 ‘재계 서열’을 알 수 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2010년 이후 유지돼온 5대 그룹 질서가 바뀐 것이다. 포스코 자산 총액은 지난해 96조3490억원에서 올해 132조660억원으로 35조원 넘게 불어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포스코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산 재평가가 이뤄졌고, 2차전지 소재 계열사들의 자산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산 총액이 8조원가량 늘긴 했지만 5위 수성엔 역부족이었다. “경제 계속 성장하는데…일률적 잣대 합당한가”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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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이 자산 ‘10조원’ 대신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로 바뀔 예정이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데 10조원이라는 경직된 기준으로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란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도 5조원에서 상향하거나 GDP와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결과는 9월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