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萬事休矣 (만사휴의)
▶한자풀이
萬: 일만 만
事: 일 사
休: 쉴 휴
矣: 어조사 의


모든 일이 끝장났다는 뜻으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음을 이름
-<송사(宋史)>

당나라가 멸망하고 960년 송나라가 등장할 때까지 50여 년 동안 중국에는 많은 국가가 등장하고 사라졌다. 중원에만 후량(後梁) 후당(後唐) 후진(後晉) 후한(後漢) 후주(後周) 등 다섯 봉건 왕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짝 빛을 발하다가 꺼지곤 했다. 중원을 벗어난 변방의 사정은 더 혼란스러웠다. 오(吳) 형남(荊南) 전촉(前蜀) 초(楚) 오월(吳越) 민() 후촉(後蜀) 북한(北漢) 남한(南漢) 남당(南唐) 등 열 나라가 난립해 다툼을 벌였다. 이 시기를 중원 다섯 나라와 통틀어 ‘오대 십국 시대’라고 부른다. 그중 형남은 당나라 말기 절도사로 파견됐던 고계흥(高季興)이 세운 나라다.

고계흥은 야망이 컸다. “천하가 지금 주인이 없이 사분오열인데, 군대가 막강한 내가 욕심을 낸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우선 이곳에다 나라의 깃발을 꽂은 다음 힘을 키워 더 멀리 보자.”

출발의 야망은 거창했지만 그는 그 꿈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채 죽었고, 아들 고종회가 왕위를 물려받았다. 고종회는 아버지보다 함량이 훨씬 모자라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사람노릇을 하는지조차 몰랐다. 그는 아들 보욱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거부하면 거부하는 대로 키웠다. 그러다 보니 보욱은 안하무인(眼下無人)인 망나니로 자랐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은 없다고 믿고, 누가 자기에게 눈을 흘겨도 그것이 나쁜 감정의 표시라는 것조차 분별하지 못했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이런 소문이 널리 퍼지자 형남의 백성들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으며 “모든 게 끝났다(萬事休矣)”고 한탄했다. 결국 형남은 보욱 대에서 멸망하고 말았다. <송사(宋史)>에 나오는 얘기다. 만사휴의(萬事休矣)는 ‘모든 일이 끝장났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나 상황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말이다.

인생은 덧셈이 아닌 곱셈이라고 했다. 내가 제로(0)이면 결국 만사휴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