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꿀벌의 언어
몸을 얼어붙게 했던 추위가 물러가고 따스한 봄기운이 다가오면서 우리 마음과 행동이 조금 풀린 듯하다. 봄은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동식물의 기운을 돋우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겨우내 숨죽이고 움츠렸던 꿀벌에게는 꽃가루와 꿀을 찾아 분주히 돌아다녀야 할 계절이다.이른 아침, 벌통에서 나온 200~300마리의 정찰벌은 빠른 속도로 흩어져 꽃을 찾아다닌다. 원하는 꿀과 꽃가루를 찾은 정찰벌은 신속히 벌통으로 돌아와 주변 동료에게 자기가 가져온 꿀의 향기, 맛, 위치를 알려준다. 그런데 사람처럼 말과 글이라는 정보를 전할 수단이 없는 꿀벌은 어떻게 꽃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일까?
양봉가와 박물학자들은 수세기 동안 꿀벌이 먹이의 위치를 동료 일벌에게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꿀벌의 언어를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1886~1982)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프리슈는 자신의 넓은 농장에서 꿀벌을 키우며 꿀벌의 생리를 연구했다. 프리슈는 특정 벌의 등에 페인트를 칠해 표시한 뒤 그 벌들이 꿀이나 새로운 집터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프리슈는 꿀벌들이 두 가지 형태의 춤을 춘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원을 그리면서 추는 원형 춤(round dance)과 8자 모양으로 돌며 추는 8자 춤(tail-wagging dance or waggle dance)이 바로 그것이다.
![[그림1] 원형 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A.32877127.1.jpg)
![[그림2] 8자 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A.32877140.1.jpg)
날개를 진동시켜 내는 소리도 꿀벌의 또 다른 언어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280㎐(헤르츠) 정도의 날갯소리는 다른 일벌들을 불러모으는 신호다. 1㎐는 1초에 1번 왕복 운동(진동)했다는 의미다.
프리슈는 이 외에도 꿀벌이 사람과 비슷한 후각을 지니고 있으며, 꿀벌의 미각이 단맛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꿀벌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꿀을 담고 있는 식물과 비슷한 녹색, 청색, 황색 계통이라는 걸 알아냈다.
프리슈의 꿀벌 연구는 동물의 의사소통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혁명을 일으켰고 꿀벌의 복잡한 사회적 행동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콘라트 로렌츠, 니콜라스 틴베르헌과 함께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림3] 8자춤에서 직선으로 이동한 방향은 태양을 기준으로 목적지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를 나타내며, 직선으로 이동한 시간은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직선으로 이동한 시간이 1초면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약 1㎞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A.32877215.1.jpg)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동물의 권리를 중요시하고 존중하는 인식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동물과의 소통을 바라는 욕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꿀벌의 춤과 같은 동물의 언어에 관한 연구가 더 활발해지고 그 결과가 널리 알려진다면 반려동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우리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관심을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로 조금만 넓힌다면 사라져가는 동물을 보호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춤·날갯소리 등으로 꿀의 종류·방향·위치 알려줘](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A.32877511.1.jpg)
임혁 경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