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 1일은 한국에선 ‘설날’이고 중국에선 ‘춘제’일 뿐이다. 언론에서 중국설, 한국설로 구별하니 이른바 ‘원조’를 찾게 되고 네것 내것을 따지는 빌미가 된 셈이다.

우리가 명절로 쇠는 날, 즉 ‘설’이라고 부르는 날은 음력 1월 1일(이날을 ‘정월 초하루’라고도 한다) 하나뿐이다. 양력 1월 1일을 ‘설’이라고 하지 않는다. 설 자체가 음력을 기준으로 한 말이니 당연히 ‘음력설’은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양력설’ 또한 적절치 않다. 양력 1월 1일은 한 해를 시작하는 ‘새해 첫날’일 뿐 ‘설’이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설’ ‘오래된 설’로 구별하던 ‘신정’ ‘구정’도 이젠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 됐다. 모두 이중과세를 하던 시절 생겨난, 흘러간 말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새해 첫날’(양력 1월 1일)과 ‘설’(음력 1월 1일)이 자리잡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 설날을 습관적으로 ‘구정’이라 하는 것은 빨리 버려야 한다. 그만큼 몸에 익은 언어 습관은 오래간다. 지난 시절의 용어와 풀이를 올려놓고 있는 국어사전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존재 의미가 바랜 양력설·음력설, 신정·구정 같은 말은 풀이라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영국박물관 사태는 우리가 스스로 빌미를 제공한 결과일지도 모른다.우리는 ‘설날’, 중국선 ‘春節(춘제)’라 해음력 1월 1일을 두고 ‘중국설’이냐 ‘한국설’이냐 하는 표현은 더 생뚱맞다. 번역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겠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설’ 또는 ‘설날’은 오로지 한국에만 있는 고유명사다. 영어로 하면 ‘Seol/Seollal’이다. 이날을 중국에서도 역사적으로 기념해 왔는데, 그들은 이를 ‘春節’(한국음 춘절)이라 쓰고, [춘지예](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춘제’) 정도로 읽는다. 영어로 옮기면 ‘Chunjie’다.
설날이든 춘제든 의역하면 둘 다 ‘Lunar New Year’다. 이걸 한국 관점에서 말하면 ‘Korean Lunar New Year’이고, 중국인은 ‘Chinese Lunar New Year’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한국 언론에서 보도하듯 중국설, 한국설로 옮길 말이 아니다. 음력 1월 1일은 한국에선 ‘설날’이고 중국에선 ‘춘제’일 뿐이다. 언론에서 중국설, 한국설로 구별하니 이른바 ‘원조’를 찾게 되고 네것 내것을 따지는 빌미가 된 셈이다.
우리 명절 설날은 그냥 ‘설날’이라고 말하자. 영어로 적으면 ‘Seollal’이고, 굳이 의역하면 ‘Lunar New Year’다. 정리하면 ‘Seollal(설날)=Korean Lunar New Year’ ‘Chunjie(春節)=Chinese Lunar New Year’, 이렇게 구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