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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추덕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추덕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우리나라 정부는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쓸까요? 이것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예산입니다. 가정,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1년 살림살이 계획을 짠답니다. 행정부(정부)가 어디에 얼마를 쓰겠다는 예산안을 짜고, 입법부(국회)가 요목조목 따진 뒤 투표로 확정합니다.

2023년 예산은 12월 24일 확정됐습니다. 헌법이 정한 시한(12월 2일)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총액은 638조7276억원입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이라고 해서 총지출액이라고도 부릅니다. 정부가 돈을 쓰려면 들어오는 돈이 있어야겠죠? 그것을 총수입이라고 하는데요. 정부는 세금 등을 통해 쓸 돈을 확보합니다. 모자라면 빚을 내거나 돈을 찍어서 쓰기도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예산은 2017년 400조5000억원, 2018년 428조5000억원, 2019년 469조6000억원, 2020년 513조5000억원, 2021년 555조8000억원, 2022년 607조7000억원이었습니다. 예산 규모가 매년 크게 늘고 있군요.

정부의 총지출 규모가 커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결국 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이 더 많아진다는 뜻이거든요. 모든 정부는 돈을 많이 쓰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납세자들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우리 헌법은 예산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알아봅시다.나라살림 하는 데 필요한 돈이 '예산'
정부는 세금을 걷어서 쓸 돈 마련해요
[커버스토리] 2023년 예산 639조…아껴 써야 할 텐데요
2023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정부가 쓸 예산이 확정되었습니다. 총액이 638조7276억원입니다. 639조원을 쓰겠다는 정부 예산안보다 3000억원 줄어든 수치입니다.예산은 두 가지예산은 두 가지입니다.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연말에 확정되는 게 본예산이고, 1년 중 어떤 일이 생겨 돈이 급히 필요할 때 추가로 편성되는 게 추경입니다. 최근 확정된 2023년 예산은 본예산입니다. 올해 추경이 편성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 본예산을 추경으로 돌려쓸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불가합니다. 본예산 돈은 쓸 곳이 모두 정해져 있어서 추경으로 돌려쓰지 못합니다. 작년에 정부가 쓴 총예산은 679조5000억원입니다. 본예산(607조7000억원)과 1~2차 추경(41조원)을 합한 수치입니다.정부는 어떻게 돈을 마련하나정부가 쓸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정부는 기업이나 가정과 달리 생산·판매를 하거나, 노동을 제공해서 쓸 돈을 벌지 않습니다. 정부가 돈을 마련하는 길은 세 갈래입니다. 국민이 내는 세금 수입(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 세외 수입(외국에 돈 빌려주고 받는 이자 등의 수입), 기금 수입(국민연금기금, 고용보험기금 등을 굴려서 얻은 수입)입니다. 이 중에서 제일 큰 항목은 세금 수입입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예산 증가 추이를 볼까요? 처음으로 400조원(본예산 기준)을 넘은 게 2017년이었습니다. 400조5000억원이었죠. 2018년 428조5000억원, 2019년 469조6000억원, 2020년 513조5000억원, 2021년 555조8000억원, 2022년 607조7000억원이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예산이 급증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산 증가는 어떤 의미일까요? 국민이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난다는 것과 같습니다. 경제가 잘 돌아가서 세금이 잘 걷히면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반대면 나라 곳간이 위기에 빠집니다. 정부가 빚을 내서 쓰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의 재정적자가 100조원, 국가부채가 1100조원에 접근한 이유죠.어디에 돈이 많이 쓰이나가장 큰 항목은 보건·복지·고용입니다. 226조원가량이 들어가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보건·의료 등 복지 예산만 109조원입니다. 복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줄줄 새는 곳이 없는지 의문입니다. 나라를 지키는 국방에도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57조1000억원에 달하죠. 도로·교통 등 사회간접자본에 25조원, 교육에 14조원이 투입됩니다. 문화·체육·관광 분야로도 9조원가량이 들어갑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보면, 노인 일자리 지원사업이 눈에 띕니다. 정부가 돈을 써서 만드는 공공형 일자리 수를 60만8000개에서 54만7000개로 줄이려 했으나 작년과 비슷하게 유지했습니다. ‘지역화폐’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이 무려 3525억원 늘어났습니다. 공공 전세임대주택 사업 예산도 늘어났습니다. 정부는 당초 3만 호를 지어 공급하려 했으나 7000호가 더 늘어났습니다.표를 얻으려는 인센티브거의 모든 정부와 정당은 돈을 많이 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정치적 목적이 작용합니다. 다수표를 얻어서 권력을 잡는 것은 너무도 매력적이어서 정당과 정치인들은 돈을 쓰는 공약과 정책을 앞세웁니다. 선거 때만 되면 선심성 공약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죠.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정부 예산이 커지고 있답니다.

정부가 돈을 많이 쓰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정부가 1만원을 쓰면 6000원의 효과만 내는 반면, 민간이 그 돈을 쓰면 1만4000원의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승수효과’라는 겁니다. 민간이 쓸 돈을 정부가 가져가서 쓰는 것이므로 정부가 비대할수록 그 나라의 경제는 나빠진다고 보는 게 정설입니다. 그래서 납세자들은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늘 감시할 의무가 있습니다.NIE 포인트1.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예산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그래프로 찾아보자.

2. 본예산, 추가경정예산이 무엇인지 구분해보자.

3. 모든 정부가 돈을 많이 쓰려는 이유를 토론해보자.정부에 예산 편성권·국회에 의결권 있어요
헌법상 국회가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답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납세자들은 정부가 짜고 국회가 의결한 1년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감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예산과 관련한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Q&A로 알아봅시다.[1] 예산안을 언제까지 확정해야 하나?헌법은 54, 55조, 56조, 57조에서 예산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중 54조 ①항과 ②항은 예산안 편성, 제출, 심의, 의결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두 조항에 따르면, 정부(행정부)는 매년 예산안을 편성합니다. 정부는 예산안을 마련해 새 회계연도(새해)가 시작되기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국회는 예산안을 심의확정해 30일 전까지 정부에 넘겨줘야 합니다. 헌법이 정한 의결 시한은 12월 2일입니다.[2] 시한 안에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으면?54조 ③항은 이런 비상사태를 대비해놓고 있습니다. 이번 예산안도 시한보다 훨씬 늦은 24일 확정됐어요. ③항은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한 때에는 정부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다음의 목적을 위한 경비>는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음의 목적을 위한 경비>는 세 가지입니다. (1)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2)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3)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그러니까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아도 정부가 완전히 멈추지는 않도록 한 겁니다. 55조와 56조는 예비비와 추가경정예산을 짤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요.[3] 국회가 예산을 증액할 수 있나?헌법 57조는 ‘노(No)’라고 말합니다.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요. 예를 들어 정부가 임대주택 건설사업 예산을 10조원으로 짰는데 국회가 15조원으로 늘릴 수 없다는 겁니다. 이러면 정부의 예산 편성권이 침해되고, 국회가 그냥 정부가 되는 셈입니다. 또 정부가 짜지 않은 새 사업 항목을 국회가 만들어 추가할 수도 없습니다. 정부가 특정 지역에 공항을 지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는데 국회가 공항 건설비를 마음대로 만들 수 없다는 겁니다. 이것도 입법부의 행정부 권한 침해입니다. 하지만, 국회는 정부 예산안 중 일부를 폐지, 삭제, 감액할 수 있습니다. 헌법이 이렇게 돼 있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자주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원칙적으로 위헌입니다.[4] 예산안 갈등이 너무 심하다?예산안을 놓고 정당들은 의회에서 치열하게 싸웁니다. 여당은 정부안을 지지하고, 야당은 정부안을 고치려 합니다. 정당들은 노선에 따라 이런저런 예산을 줄이고 늘리려 합니다. 이것을 예산 협상이라고 합니다. 협상이 잘 안되면 국회는 대치 국면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런 대치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헌법 정신이 원래 그렇습니다. 우리가 행정, 입법, 사법부를 나눠놓은 목적은 나랏일을 놓고 3권이 티격태격해야 한다는 데 있답니다. 근대헌법을 만든 미국의 경우 예산안이 정당 간 대립으로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가 사실상 ‘스톱’됩니다. 외신에서 가끔 보는 ‘연방정부 셧다운’이라는 겁니다. 공무원들이 임금을 못 받거나, 관공서가 문을 닫거나, 임시 휴직처분이 내려지거나, 용역계약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거죠. 우리나라에선 이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5] 납세자의 합리적 무지납세자들은 생업에 종사해야 하므로 예산안의 구체적인 항목에 관심을 많이 쏟기 어렵습니다. 이것을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라고 한답니다. 특정 정보를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그 정보를 통해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보다 클 때 차라리 정보를 습득하지 않고 무지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말하죠. 여러분은 절대로 무지하지 마세요.NIE 포인트1. 예산과 관련한 헌법 조항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자.

2. 예산안 제출과 확정 시한이 각각 언제까지인지 검색해보자.

3. 납세자들은 예산 항목을 자세하게 살펴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합리적 무지’의 의미를 알아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