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17)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테네 교외에 살면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자기 집으로 끌고 갑니다. 그리고 침대에 눕혀서 침대보다 키가 크면 남는 부분을 자르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키를 늘려 죽였다고 하죠. 이렇게 나쁜 짓을 일삼던 그도 결국 아테네의 영웅인 테세우스에게 똑같은 짓을 하려다 죽임을 당합니다.
[테샛 공부합시다] 기업 규제 풀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길 열어야
기준을 강요하는 정부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사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획일적인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우리는 이를 현재에도 적용할 수 있죠. 프로크루스테스는 정부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기업 활동을 제약합니다. 여기서 규제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지정, 노동시간 제한, 기업 규모에 따른 획일적인 규제 등이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코로나19로 힘든 중소기업에 비용 상승 부담을 지우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소상공인의 일감을 없앴습니다. 결국 대형마트 매출이 감소해 고용도 줄었죠. 노동시간 제한은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기업 규모에 따른 획일적인 규제는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넘어가면 해당 기업에 대한 각종 세금과 규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합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규모를 늘릴 유인이 생기지 않죠. 우물 안 개구리 시각에서 벗어나야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기업 중 대기업 비중이 0.09%라고 합니다. 미국(0.62%) 독일(0.44%) 일본(0.39%) 등 주요국보다 한국 대기업 수는 적다고 할 수 있죠. 이 같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기업 매출이나 자산 규모에 따른 획일적 규제를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대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을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한국 7대 수출 주력업종의 대표 기업과 글로벌 경쟁사 간 매출, 자산, 시가총액 등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매출은 글로벌 경쟁 기업이 한국 기업의 2.2배, 자산은 1.3배로 높았습니다. 시가총액은 3.1배로 그 격차가 더 컸습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이지만 세계에서는 중소기업 수준이라 할 수 있죠. 우물 안 개구리의 관점으로 기업을 바라보면 기업 성장을 가로막고 결국 그 나라의 장기적인 경쟁력도 떨어뜨립니다. 이제는 기업의 성장을 억누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치우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기업 수를 늘려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