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기후변화 문제, 논쟁거리가 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TV 뉴스나 인터넷 기사, SNS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을 접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발생한 홍수와 가뭄, 폭우와 폭설, 폭염과 한파 등의 기상이변에는 '관측 사상 최초' '역대급' '최악의' '기록 갱신'과 같은 표현이 붙으면서, 안타깝게도 이들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988년 설립된 이후 5~7년을 주기로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IPCC 평가보고서(AR)를 발간해왔다. 현재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 작성 주기(2015~2022년)로, 그중에서 기후변화의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제1실무그룹의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변화의 규모와 다양한 측면으로 본 현재 상태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전례 없는 수준이다.

이 같은 기후 시스템의 변화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것으로, 이것을 일으킨 원인이 인간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산업혁명기 이후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의 온실가스(GHG)는 지구 온도를 꾸준히 증가시켜왔고, 현재 추정되는 지구 평균 온도의 증가량은 산업화 이전 대비 1.07도에 달한다.

지구 평균 온도가 약 1도 올라갔다는 사실은 단순히 ‘지구가 조금 더워졌다’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기 전과 비교할 때 더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해수면도 최대 60m나 높아질 수 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남용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전문가들이 티핑포인트(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의미)로 단언하는 ‘위험한 온난화’의 기준점인 2도 상승에 도달한다면, 그린란드 빙상과 동남극 대장 빙하 역시 본격적으로 녹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음에도,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리 앞에 대단한 위험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기후변화를 논쟁거리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과학적 근거로부터 도출된 ‘기후변화는 사실이고, 인류가 초래했으며, 중대한 위협이다’라는 명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후변화를 입증하며 내놓는 과학계의 여러 데이터 중 특정 부분을 골라 기후변화는 사실이 아니며, 현재 일어나는 변화는 과거 지구가 겪어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해 초래됐다고 믿지 않으므로, 지구계의 상호작용에 의해 다시 본래의 상태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만약 기후변화가 과학자들의 주장처럼 심각하다면 간단하면서 값싼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과학기술이 정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늦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라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 아닐까.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판단은 완벽할 수 없다. 단지 다양한 과학적 모델에 근거해 유력한 확률로 추정할 뿐이다. 그렇지만 과거의 지구가 겪었던 온도 변화와 현재의 온난화 양상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과거 지구 온도 변화가 수천 년에 걸쳐 매우 느리게 나타났다면, 현재의 변화는 100년 남짓의 매우 짧은 기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 행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다보스 포럼에서 했던 연설문의 일부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정말 기후변화를 논쟁거리로 삼을 수 있을까.

“제가 원하는 건 여러분의 희망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이 극한 공포에 빠지길 원합니다. 제가 날마다 느끼는 공포를 여러분도 느끼길 원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행동에 나서길 원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직접 위기에 몰린 사람처럼 행동하기를 원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기 집에 불이 났을 때 하듯이 행동하길 원합니다. 집이 불타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기억해주세요
박우용 한가람중학교 교사
박우용 한가람중학교 교사
지구 평균 온도가 약 1도 올라갔다는 사실은 단순히 ‘지구가 조금 더워졌다’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기 전과 비교할 때 더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해수면도 최대 60m나 높아질 수 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남용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전문가들이 티핑포인트(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의미)로 단언하는 ‘위험한 온난화’의 기준점인 2도 상승에 도달한다면 그린란드 빙상과 동남극 대장 빙하 역시 본격적으로 녹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