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浸潤之讒 (침윤지참)
▶한자풀이
浸: 스며들 침
潤: 젖을 윤
之: 갈 지
讒: 참소할 참


물이 차츰 스며드는 것처럼
깊이 믿도록 서서히 하는 참소
- <논어(論語)>

<논어(論語)> 안연편에는 공자와 자장의 대화가 나온다.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묻는다. “스승님, 어떤 것을 가리켜 밝다고 합니까?”

공자가 답한다. “물이 스며들듯 하는 참소(浸潤之)와 피부로 직접 느끼는 호소(呼訴)가 행해지지 않으면 마음이 밝고, 또 생각이 멀다고 할 수 있느니라.”

침윤지참(浸潤之)은 물이 차츰 배어들어 가듯이 남을 지속적으로 교묘히 헐뜯어서 곧이듣게 하는 참소(讒訴)다. 물이 수건에 스며들듯 점차 의심을 깊어지게 하는 참언으로, 아주 교활한 중상모략을 이른다. 침윤지언(浸潤之言)으로도 쓴다. 부수지소(膚受之)는 듣는 사람의 피부를 송곳으로 찌르듯 강하게 와닿는 참소를 뜻한다. 공자는 은근하게든 노골적이든 참소에 혹하지 않는 것을 ‘밝다’고 한 것이다.

참소는 남을 헐뜯어 없는 죄도 있는 것처럼 윗사람에게 고해바치는 것을 이른다. 중국 당대의 최고 시인 두보(杜甫)는 “봄이 지나 망종(芒種) 후에도 백설조가 울면 임금 곁에 참소하는 자가 있다”고 했다. 백설조가 울지 않아도 권력 주변에는 언제나 음모가 기웃댄다. 간신이 충신의 가면을 쓰고 군주의 마음에 의심을 심는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 거짓도 여러 번 되풀이하면 참인 것처럼 들리고, 참소도 여럿이 입을 모으면 대역죄가 된다. 적훼소골(積毁銷骨). 여럿이 헐뜯어 비방하면 굳은 뼈라도 녹는다. 차츰 스며드는 게 더 혹한다. 조금씩 커지는 의심이 더 무섭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공자는 “그럴듯하게 꾸민 달콤한 말과 부드러운 듯이 꾸민 반질한 얼굴에는 인이 적다(巧言令色 鮮矣仁)”고 했다. 큰맛은 담백하고, 큰소리는 고요한 법이다. 참언은 겉은 반지르르해도 안에는 독이 있다. 그 독으로 자신이 먼저 썩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