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디지털 경제와 플랫폼

기업과 정부 모두 플랫폼을 활용한 사회적 기여를 고민할 때 플랫폼 비즈니스의 글로벌 확장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플랫폼 기업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 플랫폼 내에서 더 많은 중개가 이뤄질수록 수익이 높아지는 특성 탓이다. 플랫폼의 진출 분야가 주로 서비스업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내수시장만으로는 머잖아 한계에 봉착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대부분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전 세계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는 이유다. 약해지는 네트워크 효과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는 방식인 네트워크 효과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힘이 자국 시장에서만큼 강력하지 못하다. 이는 플랫폼이 사용자를 확보할 때 의존하는 알고리즘이 자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의 학습 데이터와 관련성이 낮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는 추가적인 시장조사나 온라인 실험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강력한 알고리즘을 보유한 틱톡과 트위터도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나면서 현지화된 콘텐츠 확보에 투자했다. 현지 인력을 확보하는 점도 중요하다. 드롭박스나 세일즈포스와 같이 해외시장에 물리적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도 세계 지역에 사무실을 설립하고, 해당 국가의 인재가 리드하도록 한다.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해고비용의 물리적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그 어떤 전통기업보다 해외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오히려 제약 요인이 되기도 한다. 너무 빠른 해외 진출은 기업의 현지 규제를 회피하고, 의도와 무관하게 기존 산업에 혼란을 초래하며, 규제기관이나 기존 기업 그리고 이해관계자 반발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버가 대표적이다. 초반의 엄청난 확장세와 달리 오늘날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이해관계자의 지지가 비즈니스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날 플랫폼 기업의 해외 진출은 경직된 측면과 부드러운 측면 모두의 제약에 직면한다. 법률과 규정으로 기업의 시장 접근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유지될 수 없게 만들어 선점자 이점을 없애는 것이 경직된 측면이다. 단기 임대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에어비앤비의 진출을 어렵게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한편에서 법적 위협은 아니지만 개인정보 보호, 근로자 권리, 환경 및 사회적 영향에 대한 우려로 사용자가 경쟁 플랫폼으로 이탈할 수도 있다. 글로벌 플랫폼을 이탈해 자국 플랫폼으로 이동한다면, 이는 미래에 규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적 기업의 현지화 전략에서 배우기플랫폼 기업은 그간 기술 우수성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사용자를 확보하며 경쟁력을 높여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런 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같은 제약은 전통적 다국적 기업도 동일하게 경험했다. 이들이 현지 직원을 채용하고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며, 산업 전반에 걸친 현지 기업들과 제휴를 맺으며 해당 시장을 공략한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싱가포르의 승차공유 기업 그랩이 태국 진출 시 사용한 전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태국에서 승차공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총선을 앞둔 의원들에게 로비를 한 전략과 별개로, 소도시에서 꼭 필요한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며 정부 세수에 기여하고 운전자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역할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또 현지 사용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를 확장하고, 현지 보험 및 은행과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 그랩의 매력은 높아졌고, 많은 지지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우리나라의 플랫폼 기업은 아직 해외시장까지 바라보지 못하는 듯하다. 반면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끊임없이 우리나라 시장을 두드린다. 두 측면 모두에서 플랫폼 기업의 해외 진출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기업은 해외시장에 기여하며 스며들 방법을, 정부는 글로벌 플랫폼이 우리나라에 어떤 기여를 할 때 진입 규제를 풀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여는 그간 플랫폼 비즈니스의 진출 및 확장으로 인한 이해관계자 충돌 문제의 해법이기도 하다. 더 이상 정부는 공적가치를, 기업은 이윤 및 효율을 추구한다는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다. 플랫폼을 활용한 사회적 문제 해결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출 때 모두가 변화의 과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