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디지털 경제와 노동
기술 발전은 일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플랫폼 도입시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
케인스는 2030년이 되면 노동시간이 하루평균 3시간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측했다. 1930년대 시각에서 100년 뒤 세상에는 과학기술의 진보와 자본의 축적 그리고 생산력 제고가 인류의 경제적 능력을 엄청나게 늘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인스의 예측이 남은 8년간 성사되기란 매우 어려워 보인다.
기술 발전은 일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플랫폼 도입시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

케인스의 예측이 틀린 이유 중 하나는 기술이 일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증기기관에서 전기로 이어지는 동력의 발전은 동물이나 자연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을 수 있게 했다. 인간의 손과 발, 간단한 도구에 의존하던 일을 기계와 인간의 결합을 통해 빠르고 더 정교하며, 지치지 않는 연속 공정으로 바꿨다. 기계가 등장하자 성인 남성뿐 아니라 여성과 아동도 생산에 동원될 수 있었다. 컴퓨터의 등장은 다시 한번 일을 변화시켰다, 기계가 블루칼라 일을 바꿨다면, 컴퓨터는 화이트칼라 일을 변화시켰다. 컴퓨터를 통한 정보처리와 연산,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소통은 업무 효율을 높였고, 블루칼라 업무의 체계적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 시기까지만 해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서로 분리돼 있었고, 두 영역의 연결과 조정, 판단과 통제는 인간의 몫이었다. 플랫폼과 일의 변화플랫폼의 등장은 일을 더 크게 변화시켰다. 플랫폼이 등장하자 컴퓨터가 스스로 판단하며, 인간이 아닌 사물들과 연결돼 소통하기 시작했다. 생산 및 재고 관리, 구매와 판매, 재무관리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의사결정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운전자 없는 차, 기계(드론) 배달 등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인 데이터는 다시 의사결정에 활용된다. 인간이 개입할 부분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플랫폼 유지를 위한 새로운 일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고스트워크>의 저자들은 인간이 노동을 없애려는 욕구가 커질수록 인간을 위한 일이 항상 생긴다는 표현으로 자동화의 역설을 설명한다.
한편, 기업들은 플랫폼을 통해 일과 서비스 거래가 이뤄지면서 정보비대칭이 줄어들고 거래비용이 절감돼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일상적인 통제가 이뤄지는 직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플랫폼을 통한 노동이 자율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도 자주 관찰된다. 시간의 압박이 대표적이다.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일거리가 제공되는 탓에 그 결과도 실시간으로 제공되길 기대한다. 배달이 대표적이다. 플랫폼이 계산해낸 대기 시간의 한계 내에서 배달이 이뤄져야 한다. 조직의 업무 과정에서 허용된 시간적 여유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판단한 결과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는 점도 자율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더 나은 플랫폼 노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