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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선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김선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인구 5174만 명이 사는 이곳은 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 이 인구의 91.7%인 4743만 명이 모여 사는(?) 곳이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이곳은 카카오공화국입니다.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 하나의 공화국에 비유해 이름을 붙여본 겁니다. 이름만 들으면 아프리카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 같습니다.

지난 15일 카카오 생태계에 난리가 났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 A동 지하 3층에서 불이 났기 때문인데요. 생태계를 연결하는 데이터 서버가 꺼져버린 겁니다. “연락이 안 된다” “주문을 할 수 없다” “계좌 이체를 못 한다” “택시를 잡을 수 없다” “웹툰을 볼 수 없다”는 문의와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이번 사건은 정보통신망이 작동을 멈출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SK C&C 데이터센터 같은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파장이 어마어마합니다. 따라서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카카오가 이런 사고에 대비해 이중(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갖췄는지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초연결성과 거대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카카오 생태계’는 그에 걸맞은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니까요. 카카오 이슈를 심층 분석해봅시다.무료문자로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 '카톡'
5000만명 연결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
[커버스토리] 한국인 4743만 명 거주 '카카오 생태계' 안전한가?
카카오 생태계는 하나의 공화국이라고 할 만합니다. 한 나라가 다양한 지역 영토로 구성돼 있듯이, 카카오공화국도 많은 서비스 영토로 짜여 있답니다. 공화국의 시작은 미미했습니다. 무료 문자 서비스 하나를 들고 광야를 헤맨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창업자는 김범수 씨입니다. 2010년 3월 18일 카톡이 메신저 시장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게 뭐지? 공짜 메신저?”라고 했죠.

‘공짜 문자’는 시장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유료가 무료가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가입자가 급증했습니다. 데뷔 첫해 30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대박’ 그 자체였죠. 유료 문자 서비스로 재미를 보고 있던 이동통신 3사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던 거죠. 이통 3사는 2012년 말 연합군을 꾸렸고 공동 채팅 시스템 ‘조인(Joyn)’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조인은 카톡의 선점 효과를 꺾지 못하고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카톡의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어 90%로 직행했습니다.

네이버도 카카오톡의 성공을 보고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포털 서비스 1위’라는 타이틀을 업고 채팅 앱 라인(LINE)을 국내 시장에 내놨습니다. 라인은 원래 카톡이 나오기 전 네이버재팬이 만든 것인데, 국내에선 카톡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글로벌 이용자 수에선 라인이 카톡을 앞서지만 말이죠. 3G를 넘어 4G로 통신기술이 진화하면서 카톡은 문자를 넘어 사진, 동영상을 전송하는 서비스까지 시작했습니다. 기술 발전에 맞춰 ‘그룹 채팅(단톡)’ 서비스도 내놨죠.

문제는 카톡이 돈을 벌지 못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가입자는 많은데 돈이 될 구석은 없었던 거죠.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악평이 많았습니다. 카카오는 캐릭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 11월 이모티콘 기반 캐릭터인 ‘카카오 프렌즈’가 출시됐습니다. 처음엔 무료 이모티콘이었는데, 지금은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 확장하며 제법 큰 이익을 내는 효자 종목이 됐죠. ‘애니팡’ 게임도 단기간에 돈을 벌어보겠다고 내놓은 연동 서비스였습니다. 모바일 게임업체는 카톡의 방대한 이용자가 필요했고, 카톡은 게임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부를 넘겨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만으로는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투자비를 댈 수 없었습니다. 2014년 카톡은 LG CNS와 손을 잡고 ‘카카오페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이것은 각종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하는, 복잡한 결제 과정을 없앴습니다.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되도록 했죠. 핀테크 시대에 걸맞은 ‘간편결제’ 시대를 연 겁니다. 카카오페이로 금융 노하우를 축적한 카카오는 2017년 4월 은행업 영업인가를 받았어요. 카카오뱅크가 그것입니다. 이 서비스는 금융 소비자로부터 더 큰 호응을 얻었고, 결국 기존 은행업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은행업계에 “이러다 카뱅에 시장을 다 빼앗기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한 거죠.

세상에 ‘톡’ 하고 알을 깨고 나온 지 12년이 된 지금, 카카오 생태계는 광활합니다. 카톡(메신저), 카카오페이(결제), 카카오뱅크(은행), 카카오T(이동수단), 카카오버스(교통정보), 카카오페이지(콘텐츠), 다음 뉴스룸·카페(뉴스와 커뮤니티), 멜론(음악)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헌법상 대한민국이라는 영토에서 살지만, 인터넷상으로는 카카오공화국 시민일지 모릅니다.

요즘 비즈니스를 하려면 카카오 네트워크를 통하지 않고는 안 된다고 할 정도입니다. 카카오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계열사를 늘렸습니다. 한때 138개에 달했고 지금은 128개라고 합니다. 상장된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은 한때 120조원을 넘었습니다. “시작은 미미하나 미래는 창대하리라”라는 말은 카카오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합니다. 카카오가 가져온 혁신은 많은 영역에서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습니다. 이번처럼 ‘먹통 카카오’라는 위기가 닥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NIE 포인트1. 카카오톡이 언제 어떤 서비스로 등장했는지 찾아보자.

2. 카카오가 어떤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지 조사해보자.

3. 카카오가 얼마나 많은 기업을 인수합병했는지 알아보자.화재 한 번으로 허점 드러낸 '혁신의 아이콘'
소비자가 만들어준 '독점'…통제는 해법 아냐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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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하지만, 위기 대응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사업만 확장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번에 발생한 화재 사고로 카카오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카카오에 쏟아지는 비판을 이슈별로 점검해봅시다.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C&C 데이터센터 A동 지하 3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입니다. 화재 원인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배터리 모듈 한 개에서 불꽃이 튀면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배터리 모듈은 정전이 발생할 때 일정 시간 동안 대체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에 전력을 대는 기능(ESS·Energy Storage System)을 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ESS의 문제 탓에 ‘제2의 카톡’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더 큰 문제는 카카오가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이중(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갖췄느냐에 있습니다. 지금 카카오는 2010년 출범 당시 같은 작은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이 다량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말하자면 초연결성을 추구하는 거대 네트워크 기업입니다. 카톡(메신저), 카카오페이(결제), 카카오뱅크(뱅크), 카카오T(이동수단) 서비스처럼 카카오와 연결·연동돼 있지 않은 서비스가 없을 정도죠.

카카오 측은 “사용자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백업하고 있고, 장애 대응을 위한 이중화 시스템도 갖추고 있으며, 데이터 손실 가능성은 0%”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위기에도 가동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카카오가 사고를 치자, 독점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따라서 나왔습니다. 카카오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때문에 백업 투자를 게을리한 게 아니냐는 거죠. 일면 타당합니다만 전적으로 옳은 지적은 아닙니다. 우선 카카오에 독점이라는 나쁜 기업 이미지를 씌우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이유는, 독점에도 종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선보이는 기업은 대부분 독점기업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만드니까요. 시장이 커지면서 이윤 가능성이 보이면 경쟁자들이 진입합니다. 카카오톡이 인기를 끌자 다른 메신저가 나왔듯이 말이죠. 시장 진입과 경쟁이 자유롭다면 다수의 기업이 소비자를 두고 싸울 겁니다. 자유 경쟁의 결과 소비자가 한 기업으로 쏠리면 이것은 어쩔 수 없이 독점을 만들어 냅니다. 카카오는 그래서 독점기업이 됐습니다. 이때 독점은 성공의 면류관인 거죠. 이참에 공정거래법 4조(독과점 규정)를 한번 찾아보세요.

나쁜 독점도 있습니다. 정부가 특정 기업을 보호해서 발생하는 독점이죠. 후진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독점 형태입니다. 정치와 결탁해 다른 경쟁자의 진입을 막아서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는 거죠. 자연독점이라는 것도 있어요. 우편, 전기, 철도는 한 기업이 독점적으로 제공할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는데 이때 독점을 자연독점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선 적잖은 수의 공기업이 자연독점 상태로 존재합니다.

카카오의 독점을 제한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국가가 대안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옳을까요? 아니면 시장에서 경쟁 서비스가 나오도록 하는 게 옳을까요? 소비자들은 선택에 따라 언제든지 카톡을 떠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친구들이 카톡에 있고 너무도 많은 서비스가 카카오와 연결돼 있어서 말처럼 카카오를 떠나기 쉽지 않은 데 있죠. 카카오는 이런 네트워크 효과로 소비자들을 묶어 두고 있는 셈입니다. 초연결 시대에 카카오가 할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합니다. 시각은 두 가지입니다. 사업 다각화냐, 문어발식 경영이냐 하는 거죠. 다각화로 보느냐, 문어발로 보느냐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네트워크 쏠림 현상은 언제나 독점 이슈를 가져옵니다. 시장에는 새로운 강자가 늘 나타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NIE 포인트1. 첨단 정보통신기술 네트워크의 안전에 대해 토론해보자.

2. 초연결 사회와 네트워크 효과가 무엇을 뜻하는지 찾아보자.

3. 독점의 종류를 알아보고 독점이 어떤 때 발생하는지를 경제학적으로 이해해 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