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요즘 “주가 어떡할 거냐”는 주주들의 원성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8월 ‘핀테크 유망주’로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상장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주가가 80% 넘게 떨어져서다.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라는 점을 감안해도 하락폭이 크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일 “주가 하락에 대해 주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내년 초 자사주(自社株) 매입·소각을 포함한 주주 환원 정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사주는 기업이 보유한 자기 회사의 주식을 의미한다. 이와 별도로 카카오뱅크 임원 12명이 이달 6~7일 이틀에 걸쳐 회사 주식 총 5만685주를 사들이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소각하면 주가 부양 효과↑약세장에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주주 친화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여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조치가 자사주 매입 또는 소각이다. 올 들어(1월 1일~9월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자사주 매입 관련 공시는 3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7건)의 두 배를 웃돌았다. 자사주 소각 공시도 같은 기간 22건에서 43건으로 급증했다.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거나 태워 없애는 게 주주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걸까.자사주 매입은 주로 ‘현재 주가가 저평가됐고, 앞으로는 오를 것’이란 신호를 시장에 보낼 목적에서 이뤄지곤 한다. 최고경영자(CEO)나 고위 임원이 회사 주식을 사는 것 역시 ‘나를 믿고 투자해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아예 소각까지 해버리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은 더 커진다.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그만큼 줄기 때문에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경영권 방어를 염두에 두고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한다. 상법상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다. 평소에는 주주총회에서 표를 행사할 수 없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팔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만에 하나 경영권 분쟁이 생겼을 때 백기사(우호세력)에 넘겨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회사가 임직원을 위해 우리사주를 발행하거나 스톡옵션을 부여하려 할 때, 신주 발행 없이 자사주 매입으로 필요한 주식을 확보하는 사례도 있다. 단기 주가에 도움 되지만…경영 내실이 더 중요유안타증권이 지난 3년간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이 2% 이상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23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14건이 자사주 매입 기간 증시 평균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을 100% 보장하진 않는다. 최근 국내외 증시는 환율 급등, 금리 인상, 경기침체 우려 확산 등 악재가 겹쳐 있어 주가 부양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고 있다. 남는 현금을 미래 먹거리 투자에 쓰지 않고 주주 달래기에 소진하는 게 꼭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있다. 자사주 매입의 의미가 복합적인 만큼 시장 평가도 매번 다르게 나온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정공법’은 탄탄한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꾸준히 주주 친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