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디지털 경제와 혁신
혁신 경제로 가려면 따라잡기 전략이 발목 잡지 않도록 분석과 감시해야.
한때 아르헨티나는 꽤 잘사는 국가였다. 1890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40% 정도였으니, 중간 그룹에 속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일본이나 캐나다와 비슷했고, 프랑스보다는 약간 높았다. 농업으로 성공한 아르헨티나는 산업화 단계로 전환하지 못하면서 1930년대 들어 쇠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지 못하고 미끄러져버렸다.
혁신 경제로 가려면 따라잡기 전략이 발목 잡지 않도록 분석과 감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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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미 앞서가는 국가들은 자체 혁신을 추구한다. 이들 국가에서 따라잡기 전략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주 사소한 정도기 때문이다. 문제는 따라잡기 전략이 성공했을 때 시작된다. 따라잡기 전략으로 중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나면, 효과가 점차 떨어진다. 이 시점이 되면 방향을 전환해 첨단 수준의 혁신을 장려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하지만, 대다수 후발 국가는 여전히 따라잡기 전략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우가 많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이런 결정이 쌓이면서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게 된다고 지적한다. 결국 중진국 함정이란 비혁신의 함정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과 한국은 대척점에 놓여 있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경쟁을 관리해왔다. 일본 재무성은 1949년 설립 이후 수출 라이선스 발급을 제한했을 뿐 아니라 거대 기업집단으로 알려진 산업계와 금융계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경우에만 기업 지원금을 준다. 필리프 아기옹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경쟁억제를 통해 1980년대 중반까지 엄청난 성장률을 유지하던 일본이 이후 크게 추락한 상황이 크게 놀랍지 않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반대다. 1998년 이전까지는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 집단이 성장해 수출을 견인하도록 정책을 설계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재벌 기업들이 약화되자 그 틈을 노린 신진 혁신기업들이 진입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서 구조개혁이 이뤄지면서 주춤했던 성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이전까지는 대기업들이 유리한 대출 조건에 정부 지원을 독식하고, 국가 차원의 산업 보호 조치까지 더해져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글로벌 경쟁에 개방된 구조개혁이 이뤄지면서 혁신 국가 대열에 포함될 수 있었다. 혁신 중심 경제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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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