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미야베 미유키 < 음의 방정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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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명문 사립 세이카학원. 이 학교 중등부 3학년 D반 학생 15명이 교내 체험캠프에 참가했다. 동일본 대지진 후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의 피난소를 가정해 교실에서 침낭을 깔고 하룻밤 지내는 훈련이다. 한밤중에 D반 담임 히노 선생이 남학생 7명이 모여 있는 3층 교실로 순찰을 와서 “모든 구조와 보급이 끊긴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 명이 희생돼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할지 논의해보라”고 지시한다. 마치 왕따를 지목하라는 듯한 상황에서 희생자로 선택된 시모야마 요헤이가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가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선생님과 학생들, 어느 쪽이 거짓말하는 걸까
학부형들은 불같이 항의하고, 학교 측은 행여 문부과학성에 알려지면 어쩌나 안절부절 못한다. 문제의 히노 선생은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학생들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펄펄 뛴다. 학생이 거짓말한다는 선생, 선생이 이상한 상황을 조장했다는 학생, 대체 누구 말이 맞을까?

<음의 방정식>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뛰어난 필력으로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미야베는 여러 조사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를 제치고 ‘가장 좋아하는 작가란’에 수차례 이름을 올렸다. 추리소설, SF, 판타지, 시대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사회 모순과 병폐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상처받는 인간의 모습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 문제와 가정 문제중편 분량의 이 소설은 미스터리 방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다가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사건의 윤곽이 드러난다. 짧은 이야기 속에 학교 문제와 가정 문제를 잘 버무린 가운데 예민한 청소년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담았다.

이 소설의 화자인 사립 탐정 스기무라가 피해 학생 부모에게 의뢰받아 히노 선생의 행적을 좇으며 학생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단서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퍼즐을 맞추듯 스기무라 탐정이 풀어나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여정이 흥미진진하면서 많은 생각을 불러온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히노 선생의 민낯이 드러난다. 우수한 A반과 B반을 맡았을 때 친절했던 그가 성적이 가장 낮은 D반의 담임이 되자 학생들을 무시하며 막말을 퍼붓기 일쑤다. “너희 반에는 선생님이 필요없어. 보조교사면 충분하지. 너희는 낙오자야”라는 말로 학생들의 기를 꺾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학부모에게 “자녀분이 커서 파트타임 일밖에 못하면 안 될 테니 엄격하게 감독하라”며 면박을 준다. 이런 몰지각한 선생이어서 학생들이 작정하고 골탕 먹인 걸까? 플러스 답을 만들라스기무라 탐정은 히노 선생 집을 방문해 부인과 아들 이쿠시를 만나는 과정에서 D반 학생 미요시 준야가 갖고 있는 게임기 박스를 발견한다. 다각도로 사건을 짚어보던 스기무라 탐정이 히노 선생의 부인 에이코 선생이 준야의 초등학교 담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이코 선생은 준야 엄마가 암으로 투병할 때 많은 사랑을 베풀어준 훌륭한 분이다.

고마운 에이코 선생이 나쁜 사람과 재혼했다는 사실에 절망한 준야가 히노 선생을 몰아내기 위해 일을 꾸민 걸까? 준야는 실제로 ‘자기밖에 모르고 잘난 척만 해대는 저런 남자랑 결혼해서 과연 행복할까?’라며 에이코 선생을 걱정한다.

결론을 흥미롭게 추정해나가는 가운데 마음을 울리는 말들이 이어진다.

“선생님이 그렇게 미워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선생님과 잘 지내려고 애써봐야 소용없겠다 싶었어요. 히노 선생님에게 우리는 없으니만 못한 학생들이었어요.”

준야의 절규를 들은 스기무라 탐정은 이런 독백을 한다. ‘음(陰)의 방정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선생과 학생,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 이끄는 쪽과 따르는 쪽, 억압하는 쪽과 억압받는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쪽의 조합부터 잘못되었고, 그러니 어떤 숫자를 넣어도 마이너스 답만 나온다.’

스승과 제자는 서로 믿고 따르는 양(陽)의 방정식, 즉 플러스 답을 만들어야 하는 관계가 아닌가. 현실에서도 학교에서 여러 갈등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온다. 성적도 올리면서 꿈도 키우는 청소년 시절, 사랑과 실력으로 존경받는 스승의 길, 과연 실현 불가능한 조합일까? <음의 방정식>을 읽으며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가운데, 밝고 좋은 기운 속에서 플러스 답을 만드는 학교 분위기도 찾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