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요구권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직원과 소비자가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한경DB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직원과 소비자가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한경DB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리인하요구권’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권의 수용률은 계속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에 접수된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신청은 총 88만2047건이었고, 이 중 26.6%(23만4652건)가 받아들여졌다.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2019년 32.8%, 2020년 28.2%에 이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금융권에서는 업체별 상황이 천차만별이었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수용률이 95.7%인 곳이 있는가 하면 5.0%에 그친 곳도 있었다. 카드사도 최저 36.8%, 최고 77.5%로 격차가 컸다. 法으로 보장된 금융소비자의 ‘권리’대출이 필요할 때 부지런히 발품, 손품을 팔아 최저금리를 찾아내는 ‘똑똑한 소비자’가 많아졌다. 하지만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대출을 갚아나가는 도중에도 “내 대출금리를 깎아달라”고 당당하게 요청할 권리가 법으로 보장돼 있는데, 이것이 금리인하요구권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업, 승진, 재산 증가, 신용등급 상승 등으로 인해 신용상태가 좋아졌을 때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모든 1·2금융권에서 행사할 수 있다. 창구에 찾아가지 않아도 PC나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정부와 국회는 업계 자율로 운영되던 금리인하요구권을 2019년 6월 법제화했다. 금융회사에는 대출 계약을 체결하기 전 소비자에게 금리인하요구권 제도에 대해 설명해줄 의무도 있다. 이를 어긴 금융사나 임직원은 과태료를 물게 된다. 금융사는 금리 인하 신청을 받은 뒤 10영업일 안에 결과를 알려줘야 한다. 전화, 서면,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수용 여부와 사유를 설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소비자가 요구한다고 금융사가 무조건 받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이용자의 신용상태와 관계없이 결정되는 대출 상품이거나 신용도 변동이 금리에 영향을 주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면 은행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불이익을 보는 것은 없다. 자격이 된다면 일단 신청해보는 게 이득이라는 얘기다. 생글생글 독자들은 아직 대출을 이용할 일이 없겠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불가피하게 돈을 빌려야 할 일이 생긴다면 이 권리를 활용할 수 있는지 틈틈이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금융사별 수용 실적 6개월마다 공개키로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이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을 반년마다 공시하도록 했다. 신청 건수, 수용 건수, 수용률, 이자 감면액 등을 공개하도록 해 ‘경쟁’을 유발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심사 기준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각 금융사 내규에 명확히 반영하게 하고, 실제 영업 현장에서 차질없이 운영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또 신용점수가 오른 대출자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수시 안내하도록 제도화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