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데요'의 정체부터 알아보자. 이 말은 '-ㄴ데'에서 왔다. 이는 '해체'에 속하는 말이다.
"우리 오늘 만날까?" "나 지금 바빠" 같은 게 해체 표현이다. 여기에 존칭보조사 '-요'를 붙여 만든 게 해요체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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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베네치아’라는 설명과 함께 올라온 영상인데요. 도로가 완전히 잠겨 주민들의 안전이 우려되고 있는데요. 인천지역 집중호우로 동인천역 인근 일부 도로가 침수됐다고 하네요. … 서울의 복합쇼핑몰, 코엑스도 비 피해를 피하지 못했는데요. … 천장에 누수가 발생하면서 직원들이 급히 수습에 나섰습니다.”

지난주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수도권 곳곳이 물난리를 겪었다. 언론들은 피해 상황을 신속히 전하면서 응급대처에 만전을 기하도록 했다. 그중 한 방송사의 보도 문체는 좀 특이한 모습이었다. ‘-ㄴ데요’로 끝나는 문장들을 주목할 만하다. 짧은 기사에서 장면을 바꿔가며 ‘-ㄴ데요’를 아홉 번이나 반복했다. 의미 용법 지키지 않아 어색할 때 많아이런 어투는 근래 방송 보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마치 경어법상 새로운 ‘데요체’라도 나온 듯싶다. 일반 뉴스 문장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어법적으로 여전히 어색하다. 신문을 비롯해 방송 보도문은 전통적으로 ‘합쇼체(하십시오체)’를 중심으로 써왔기 때문이다. ‘-ㄴ데요’는 해요체에 속하지만 뉘앙스는 ‘-해요’와 많이 다르다. 문법 기능에도 차이가 있다.

우선 ‘-ㄴ데요’의 정체부터 알아보자. 이 말은 ‘-ㄴ데’에서 왔다. 이는 ‘해체’에 속하는 말이다. “우리 오늘 만날까?” “나 지금 바빠” 같은 게 해체 표현이다. 여기에 존칭보조사 ‘-요’를 붙여 만든 게 해요체다. 일반적인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연설이나 방송 보도에서는 이 해요체가 널리 쓰인다.

‘-ㄴ데’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이 말은 연결어미와 종결어미 두 가지로 쓰인다(<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연결어미로 쓸 때는 뒤 절에서 어떤 일을 설명하기 위해 그 대상과 상관되는 상황을 미리 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뒤 절의 내용이 대립하거나 인과 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여기가 우리 고향인데 경치가 참 좋아” “그는 정직하기는 한데 이번 일엔 적합지 않다” 같은 게 그런 예다.

또 다른 쓰임새는 종결어미다. 이때는 의외의 사실이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음을 감탄조로 나타내는 상황에서 쓰인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쁜데.” “생각보다는 집이 깨끗하고 조용한데.” 일상적인 입말에서는 이 용법으로 많이 쓴다. 방송 보도는 ‘합쇼체’ 쓰는 게 정통 어법앞서의 방송 보도문에서는 왜 ‘-ㄴ데요’가 어색하게 느껴졌을까? 우선 ‘-ㄴ데요’로 나열된 부분은 형태상 연결어미가 아니라 종결어미로 쓴 것임이 드러난다. 그런데 내용상 ‘-ㄴ데’를 쓸 조건에 맞지 않는다. 이 말은 기본적으로 감탄의 의미를 담고 있을 때 써야 하는데 거기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사전 용례에서도 확인되듯이 의외의 사실이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다. 집중호우 뒤 피해 상황을 전하는 장면은 의외의 일도 아니고, 감탄조로 쓸 상황도 아니다. ‘-ㄴ데요’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배경이다.

혹시 ‘-ㄴ데요’를 연결어미로 쓴 것인데 종결형으로 잘못 처리한 게 아닐까? 하지만 의미 용법이 달라져 이 역시 설명되지 않는다. ‘~영상인데, ~우려되고 있는데 …’ 식으로 나열해 보면 비문임이 드러난다. 다만 두 번째 장면은 연결어미로 바꿀 수 있다. 즉 “코엑스도 … 피하지 못했는데, … 천장에 누수가 발생하면서 직원들이 수습에 나섰다”가 돼 문장이 성립한다.

 저자·前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저자·前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요즘 방송에서 흔히 쓰는 ‘-ㄴ데요’는 습관적으로 남발하는, 잘못 쓰는 말투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이들을 ‘-ㅂ니다’ 꼴, 즉 합쇼체로 쓰면 훨씬 자연스럽다.(“…영상입니다 … 있습니다 … 못했습니다.”) 이는 현재 계속되는 동작이나 상태를 그대로 나타내는 종결어미다.

‘해요체’는 ‘해체’와 더불어 입말에서 아주 흔히 쓰는 말이다. 그만큼 친숙한 표현이다. 대신 격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또 편한 만큼 언어적 품격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남발하면 글이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 해요체를 속칭 ‘유아체’라고 하는 까닭도 그런 속성 때문이다. 뭐든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