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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모든 보고서, 문서 등에서 법무부 간부를 호칭할 때 ‘님’자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 최근 내부망으로 전달된 법무부 장관의 지시사항이 외부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공지문에선 ‘장관님→장관, 차관님→차관’을 예시로 들었다. 이 문구는 잘 들여다보면 정확히는 ‘보고서나 문건에서 간부를 지칭할 때’, 즉 호칭이 아니라 지칭할 때 그렇게 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윗사람 부를 때 ‘님’ 붙이는 게 우리 어법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호칭할 때의 "-님", 지칭할 때의 "-님"
호칭어와 지칭어는 구별된다. 호칭어는 부르는 말이다. 순우리말로 ‘부름말’이라고도 한다. 지칭어는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대개는 호칭어가 그대로 지칭어로 쓰이지만 말이 달라질 때도 있다. 가령 혼인한 사이에서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기본적인 호칭어는 “여보”다. 이는 혼인 기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쓰는 부름말이다. 하지만 대화 중 남편이 자기 아내를 가리킬 때는 “당신”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는 “아내는~” 또는 “집사람은~”이라고 해 호칭어와 지칭어가 달라진다.

‘님’의 경우도 호칭할 때와 지칭할 때의 쓰임새가 조금 다르다. ‘님’은 성(姓)이나 이름 다음에 붙여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경어법상 흔히 쓰는 ‘씨’보다 높이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길동 씨” 하는 것보다 “홍길동 님”이라고 부르면 더 존대하는 느낌을 준다. 이때의 ‘씨’와 ‘님’은 의존명사라 윗말과 띄어 써야 한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는 “선생님” “부장님” “교수님” 하고 부를 때가 많다. 이때는 (직위나 신분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높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그래서 반드시 윗말에 붙여 써야 한다. 의존명사로서의 ‘님’과는 용법이 살짝 다르니 구별해야 한다. ‘해님, 달님’ 할 때도 접미사다. 대상을 인격화하고 높임의 뜻을 더하는 기능이다. 간혹 표기를 ‘햇님’이라고 적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이때의 ‘님’은 접사이므로 사이시옷을 붙이는 환경이 아니다(사이시옷은 합성어에서만 나타난다). 발음도 [핸님]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해님]이라고 해야 한다. 지칭할 땐 경어법 사용 비교적 자유로워호칭은 상대를 부르는 것이라 지칭할 때와 달리 존대법이 더 엄격하게 지켜진다. 가령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부를 때 “사장님” 하는 게 우리 어법에서 맞는다. 이걸 “사장” 하고 부른다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법무부의 관련 지침이 알려졌을 때 “호칭할 때 ‘님’자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이라고 한 문구를 두고 일각에서 논란이 인 것은 이 때문이다. 자칫 대면해 부를 때도 “장관” “차관” 식으로 하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하지만 ‘보고서, 문서 등에서’라는 단서가 있는 것으로 보아 호칭이 아니라 지칭할 때를 뜻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지칭어에서는 존대 표시가 훨씬 자유스럽다. 특히 보고서나 문서 등 글로 표현할 때는 ‘님’의 사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홍길동 부장님은 출장으로 지방에 머무르고 계십니다.” 여기서 ‘-님’ ‘계시다’가 주체존대를 나타내는 형태소다. 경어법상 ‘합쇼체’로 가장 높은 존대 표현이다. 이때 ‘-님’은 주격조사 ‘-께서’를 씀으로써 삭제할 수 있다. “홍길동 부장께서는 ~ 계십니다.” 굳이 ‘님’을 쓰지 않고도 합쇼체 존대에는 변함이 없다. 호칭어와 달리 지칭어에선 ‘님’이 비교적 쉽게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이를 경어법상 가장 낮은 등급인 ‘해라체’로 나타낼 수도 있다. 그러면 “홍길동 부장은 ~ 머무르고 있다”가 된다. 이는 불특정 다수를 독자로 하는 신문에서 주로 쓰는 문체다. 관공서에서도 언론 또는 국민을 상대로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이 ‘해라체’를 쓸 수 있고, 실제로 쓰고 있다.

 저자·前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저자·前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직위나 나이, 경력 등이 자기보다 많거나 앞선 사람을 ‘선배(先輩)’라고 한다. 이 말은 그 자체로 존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따로 ‘님’을 붙이지 않고도 호칭어와 지칭어로 두루 쓰인다. 특히 과장, 부장 등 직함을 드러내지 않고도 상대를 높일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