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디지털경제와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의 다양한 특성으로 성장.
네트워크 효과의 다양성과 양면성을 활용할 때 시장중심의 규제 가능.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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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막강한 힘을 눈치챈 것은 마크 저커버그만이 아니었다. 벨 전화회사의 두 번째 CEO였던 시어도어 베일은 1908년 연말 결산 보고서에서 네트워크 연결의 경제적 힘을 소개했다. 보고서를 통해 그는 “전화선의 반대쪽 끝에 다른 전화기가 연결되지 않는다면 전화기는 과학도구나 심지어 장난감도 되지 못한다. 전화기의 가치는 연결과 그 연결의 증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베일의 설명은 디지털 경쟁과 플랫폼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 효과’와 정확히 통한다. 네트워크 효과란 제품이나 시장의 가치는 이에 연결된 사람이 많을수록 올라간다는 것이다. 시난 아랄은 그의 책 《하이프 머신》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중력에 비유한다. 한 네트워크에 모이는 사람의 수는 ‘질량’과 같고, 사람이 많아져 질량이 커지면 ‘중력’ 또한 커진다는 것이다. 중력이 커지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강해져 고객들이 현재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직간접 측면으로 주로 정의되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로컬 네트워크 효과’다. 이는 가치가 네트워크 내 연결의 지리적 인접성에 비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서울에 사는 새로운 사용자 한 명이 SNS에 가입한다면, 이로 인해 서울에 사는 사용자들의 서비스는 향상되지만, 창원에 사는 사용자들의 서비스 질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로컬 네트워크 효과는 지리적 인접성 외에 사회적 인접성에도 영향을 받는다. 한 제품의 사용자들이 네트워크 내 다른 소수 사용자, 즉 자신과 ‘연결된’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영향을 받을 때 그 제품은 로컬 네트워크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마이스페이스 vs 페이스북2005년 마이스페이스 사용자 수는 2700만 명이었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 사용자는 500만 명에 불과했다. 1년 뒤 마이스페이스 사용자 수는 1억 명으로 급증했지만, 페이스북은 1200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마이스페이스의 네트워크 효과를 페이스북이 뒤집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핵심에는 로컬 네트워크 효과가 있었다. 페이스북의 시작은 대학이었다. 2004년 2월 저커버그가 재학 중인 하버드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선보였고, 이후 컬럼비아대, 예일대, 다트머스대, 코넬대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두 달 만에 미국 20개 주요 대학의 학생 7만여 명을 회원으로 확보했다. 이들은 많은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였을 뿐 아니라 지인이 겹치거나 비슷한 문화에서의 경험을 공감할 수 있어 유대가 끈끈했다. 반면 마이스페이스에는 많은 사람이 존재했지만, 그들이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은 낯선 이들이었다. 페이스북에 가입하면 마이스페이스에 가입할 때보다 아는 사람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설령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나의 지인을 알 가능성이 크거나 같은 문화에서 생활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는 페이스북을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었고, 그만큼 가치가 상승했다. ‘양날의 검’ 네트워크 효과결국 네트워크 효과의 핵심은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전체 수가 아니라 연결된 사람들의 가치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선순환의 핵심이었던 네트워크 효과는 같은 방식으로 플랫폼의 빠른 쇠락을 이끌 수도 있다. 연결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SNS가 가짜뉴스의 확산 통로가 되고, 피싱과 선거 조작이 난무한 공간이 된다면 그 가치는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다. 사용자를 끌어당겼던 힘이 밀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는 언제나 미래지향적이다. 그들은 실질적인 이득이 없거나 도태가 시작된 네트워크에는 절대로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대안마저 보인다면 이탈은 더 빨라진다.

오늘날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성과 규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네트워크 효과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할 때 플랫폼의 경쟁우위가 네트워크 효과의 어떤 측면으로 가능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효과의 양면성이 작동할 수 있는 시장환경 조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용자 공감이 플랫폼의 빠른 성장 혹은 도태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