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디지털경제와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의 다양한 특성으로 성장.
네트워크 효과의 다양성과 양면성을 활용할 때 시장중심의 규제 가능.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의 다양한 특성으로 성장.
네트워크 효과의 다양성과 양면성을 활용할 때 시장중심의 규제 가능.

베일의 설명은 디지털 경쟁과 플랫폼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 효과’와 정확히 통한다. 네트워크 효과란 제품이나 시장의 가치는 이에 연결된 사람이 많을수록 올라간다는 것이다. 시난 아랄은 그의 책 《하이프 머신》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중력에 비유한다. 한 네트워크에 모이는 사람의 수는 ‘질량’과 같고, 사람이 많아져 질량이 커지면 ‘중력’ 또한 커진다는 것이다. 중력이 커지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강해져 고객들이 현재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직간접 측면으로 주로 정의되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로컬 네트워크 효과’다. 이는 가치가 네트워크 내 연결의 지리적 인접성에 비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서울에 사는 새로운 사용자 한 명이 SNS에 가입한다면, 이로 인해 서울에 사는 사용자들의 서비스는 향상되지만, 창원에 사는 사용자들의 서비스 질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로컬 네트워크 효과는 지리적 인접성 외에 사회적 인접성에도 영향을 받는다. 한 제품의 사용자들이 네트워크 내 다른 소수 사용자, 즉 자신과 ‘연결된’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영향을 받을 때 그 제품은 로컬 네트워크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마이스페이스 vs 페이스북2005년 마이스페이스 사용자 수는 2700만 명이었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 사용자는 500만 명에 불과했다. 1년 뒤 마이스페이스 사용자 수는 1억 명으로 급증했지만, 페이스북은 1200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마이스페이스의 네트워크 효과를 페이스북이 뒤집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핵심에는 로컬 네트워크 효과가 있었다. 페이스북의 시작은 대학이었다. 2004년 2월 저커버그가 재학 중인 하버드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선보였고, 이후 컬럼비아대, 예일대, 다트머스대, 코넬대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두 달 만에 미국 20개 주요 대학의 학생 7만여 명을 회원으로 확보했다. 이들은 많은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였을 뿐 아니라 지인이 겹치거나 비슷한 문화에서의 경험을 공감할 수 있어 유대가 끈끈했다. 반면 마이스페이스에는 많은 사람이 존재했지만, 그들이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은 낯선 이들이었다. 페이스북에 가입하면 마이스페이스에 가입할 때보다 아는 사람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설령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나의 지인을 알 가능성이 크거나 같은 문화에서 생활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는 페이스북을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었고, 그만큼 가치가 상승했다. ‘양날의 검’ 네트워크 효과결국 네트워크 효과의 핵심은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전체 수가 아니라 연결된 사람들의 가치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선순환의 핵심이었던 네트워크 효과는 같은 방식으로 플랫폼의 빠른 쇠락을 이끌 수도 있다. 연결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SNS가 가짜뉴스의 확산 통로가 되고, 피싱과 선거 조작이 난무한 공간이 된다면 그 가치는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다. 사용자를 끌어당겼던 힘이 밀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는 언제나 미래지향적이다. 그들은 실질적인 이득이 없거나 도태가 시작된 네트워크에는 절대로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대안마저 보인다면 이탈은 더 빨라진다.
오늘날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성과 규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네트워크 효과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할 때 플랫폼의 경쟁우위가 네트워크 효과의 어떤 측면으로 가능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효과의 양면성이 작동할 수 있는 시장환경 조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용자 공감이 플랫폼의 빠른 성장 혹은 도태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