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공무원 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를 세금으로 주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 개정안이다. 핵심은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 적용이다. 민간기업에서 시행하는 타임오프를 공무원과 교사 노조에도 시행하는 것을 명문화하면서 뒷말이 적지 않다. 이 법에 문제가 많다며 강력 반대했던 반(反)전교조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뒤늦게 자신들에게도 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만큼 ‘혜택’이 큰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과 전교조 노조의 전임자 월급까지 국민 혈세로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다분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타임오프제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는 환영하고 나섰다. 2023년 후반 시행 예정인 이 법은 공정하며 타당한 것인가. [찬성] 기업 노조에 보편적 제도…공무원·교원 노조에도 적용 가능타임오프(time off)제가 도입된 근본 취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타임오프를 현상적으로만 보면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고용주의 임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노무관리 성격이 있는 업무에 한해서는 정상근로 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면 노사 교섭과 산업 안전, 근로자의 고충 처리 같은 게 그렇다. 그런 일을 노조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회사 업무에서 떠나 노조 일만 보는 노조의 전임자가 통상 한 해 정도 회사 급여를 받는다. 즉, 유급으로 근로시간을 면제받는 제도다.
원래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노조 업무만 담당하는 전임자에게는 고용주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노사 공통의 이해가 걸린 활동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정상 임금’을 주자는 게 타임오프 취지다. 2010년부터 산업 현장에서 폭넓게 시행 중이다. 그러니 전교조에 적용된다고 해서 문제 될 것도 없다. 일반 공무원도 그간의 관행으로 볼 때 근로자 신분을 가지며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단체교섭권 등 노조의 일반 권한을 실제로 누리지 않는가. 타임오프 적용을 그 연장으로 본다면 이상할 게 없다. 타임오프 취지가 그렇다.
교직원노조도 본질에서는 마찬가지다. 교육의 특수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노동자로서의 교사가 갖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노조가 결성된 것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또 정권의 영향을 받으며 전교조가 ‘법외단체’ 상황이 되기도 했지만, 하나의 노동조합으로서 실체를 지금껏 유지해왔다. 조합원 숫자도 5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많다. 정치적·행정적 판단이 어떠했건 법원 판결이 어떠했건 간에 학교 테두리 이상의 실제 단체로 활용해왔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런 사정 때문에 전교조도 공무원과 더불어 기업의 노조 전임자와 같은 이점을 누리도록 한 게 법 취지다. 그 비용을 개별 학교재단에서 모두 부담하기 버겁기에 정부 예산으로 하는 것이다. [반대] 노조 전임 임금, 조합비 활용이 원칙…타임오프는 영세 중소기업 위한 제도노조 전임자 임금은 원래 노조 조합비로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회사의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노조가 고용주로부터 독립적 활용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쉽게 말해 ‘어용 노조’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노조가 전임자 월급을 주기 어려운 곳도 적지 않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여건이 안 되는 곳을 위해 회사 측이 예외적으로 급여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해서 원만한 노사관계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게 타임오프제를 도입한 이유다. 물론 한국 산업계에선 기업 규모를 떠나 타임오프가 폭넓게 운용되고 있기는 하다. 이 자체로 일반적 국제규범과 맞지 않다. 그런데 전국에 걸친 방대한 이익 조직인 전교조의 전임자 급여를 왜 국민 혈세에 기대나. 수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 자체 회비로 충당하는 게 사리에 맞고, 또 당당한 일 아닌가.
가뜩이나 전교조는 사회 각 분야에 걸쳐 폭넓게 관여하며 무리한 행동도 불사해왔다. 편향된 정치 행보 역시 적지 않았다. 그만큼 학부모 사이에서도 전교조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단적으로 나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논란의 노조 조직 전임자 급여를 혈세로 지급하는 데 국민적 동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나. 노조 전임자 급여까지 세금으로 지원하면 전교조는 앞으로 전임자를 늘릴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논란을 수반해온 ‘학교의 정치화’ ‘교실의 이념화’가 심화될 공산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자칫 정부 예산으로 사회적 논란을 키워나가는 꼴이 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전교조가 교육을 내세워 공무원처럼 타임오프 혜택을 보겠다지만 과연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고 있기나 한가.
세금으로 더 보살펴야 할 곳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다. 재정 도움을 기다리는 경제적·사회적 약자가 넘친다. 또 다른 교원단체인 교총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도 있다. √생각하기 - 넘치는 세금지원, 국민 용인할까…반대하다 "우리도 지원해 달라"는 황당한 교총세금으로 전교조 전임자에게 타임오프를 적용하면 해마다 수십억원의 나랏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가뜩이나 국가채무가 커지는 상황에 재정지출이 계속 늘어날 판이다. 정부 자금을 쓰자면 명분과 실리가 함께 충족돼야 한다. 공무원 노조와 전교조 전임자에 대한 지원은 과연 여기에 부합할까. 전교조 활동은 다수 국민으로부터 세금 지원에 대한 동의를 얻기에 충분한가.
전교조 전임자 지원에 강력 반대하다가 입장을 바꿔 “우리도 지원해달라”는 교총의 목소리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교총에도 같은 지원 방안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나온 걸 보면 이 단체의 원칙은 무엇인지 어리둥절해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지방교육재정 혁신론’에 이어 6월 지방선거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무용론’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래저래 교육계에 일대 혁신이 필요해졌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원래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노조 업무만 담당하는 전임자에게는 고용주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노사 공통의 이해가 걸린 활동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정상 임금’을 주자는 게 타임오프 취지다. 2010년부터 산업 현장에서 폭넓게 시행 중이다. 그러니 전교조에 적용된다고 해서 문제 될 것도 없다. 일반 공무원도 그간의 관행으로 볼 때 근로자 신분을 가지며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단체교섭권 등 노조의 일반 권한을 실제로 누리지 않는가. 타임오프 적용을 그 연장으로 본다면 이상할 게 없다. 타임오프 취지가 그렇다.
교직원노조도 본질에서는 마찬가지다. 교육의 특수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노동자로서의 교사가 갖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노조가 결성된 것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또 정권의 영향을 받으며 전교조가 ‘법외단체’ 상황이 되기도 했지만, 하나의 노동조합으로서 실체를 지금껏 유지해왔다. 조합원 숫자도 5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많다. 정치적·행정적 판단이 어떠했건 법원 판결이 어떠했건 간에 학교 테두리 이상의 실제 단체로 활용해왔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런 사정 때문에 전교조도 공무원과 더불어 기업의 노조 전임자와 같은 이점을 누리도록 한 게 법 취지다. 그 비용을 개별 학교재단에서 모두 부담하기 버겁기에 정부 예산으로 하는 것이다. [반대] 노조 전임 임금, 조합비 활용이 원칙…타임오프는 영세 중소기업 위한 제도노조 전임자 임금은 원래 노조 조합비로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회사의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노조가 고용주로부터 독립적 활용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쉽게 말해 ‘어용 노조’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노조가 전임자 월급을 주기 어려운 곳도 적지 않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여건이 안 되는 곳을 위해 회사 측이 예외적으로 급여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해서 원만한 노사관계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게 타임오프제를 도입한 이유다. 물론 한국 산업계에선 기업 규모를 떠나 타임오프가 폭넓게 운용되고 있기는 하다. 이 자체로 일반적 국제규범과 맞지 않다. 그런데 전국에 걸친 방대한 이익 조직인 전교조의 전임자 급여를 왜 국민 혈세에 기대나. 수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 자체 회비로 충당하는 게 사리에 맞고, 또 당당한 일 아닌가.
가뜩이나 전교조는 사회 각 분야에 걸쳐 폭넓게 관여하며 무리한 행동도 불사해왔다. 편향된 정치 행보 역시 적지 않았다. 그만큼 학부모 사이에서도 전교조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단적으로 나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논란의 노조 조직 전임자 급여를 혈세로 지급하는 데 국민적 동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나. 노조 전임자 급여까지 세금으로 지원하면 전교조는 앞으로 전임자를 늘릴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논란을 수반해온 ‘학교의 정치화’ ‘교실의 이념화’가 심화될 공산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자칫 정부 예산으로 사회적 논란을 키워나가는 꼴이 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전교조가 교육을 내세워 공무원처럼 타임오프 혜택을 보겠다지만 과연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고 있기나 한가.
세금으로 더 보살펴야 할 곳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다. 재정 도움을 기다리는 경제적·사회적 약자가 넘친다. 또 다른 교원단체인 교총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도 있다. √생각하기 - 넘치는 세금지원, 국민 용인할까…반대하다 "우리도 지원해 달라"는 황당한 교총세금으로 전교조 전임자에게 타임오프를 적용하면 해마다 수십억원의 나랏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가뜩이나 국가채무가 커지는 상황에 재정지출이 계속 늘어날 판이다. 정부 자금을 쓰자면 명분과 실리가 함께 충족돼야 한다. 공무원 노조와 전교조 전임자에 대한 지원은 과연 여기에 부합할까. 전교조 활동은 다수 국민으로부터 세금 지원에 대한 동의를 얻기에 충분한가.
전교조 전임자 지원에 강력 반대하다가 입장을 바꿔 “우리도 지원해달라”는 교총의 목소리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교총에도 같은 지원 방안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나온 걸 보면 이 단체의 원칙은 무엇인지 어리둥절해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지방교육재정 혁신론’에 이어 6월 지방선거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무용론’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래저래 교육계에 일대 혁신이 필요해졌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