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경제학
(105) 정조의 수원 화성
1794년 1월 시작된 수원 화성(사진) 공사는 1796년 9월 마무리됐습니다. 10년이 필요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2년8개월 만에 마무리된 거죠. 보통 성을 하나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성의 축조는 주변의 백성을 강제로 동원하고 해당 고을의 재정과 나라의 국고를 소모하므로 백성의 원망도 따르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수원 화성의 축조 기간이 단축되고 백성의 부담이 줄어든 비결은 무엇일까요? 임금 지급과 거중기 개발
정조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센티브’ 원리를 잘 활용했습니다. 전문 기술을 보유한 장인, 각 영역의 일꾼들에게 매일 임금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강제가 아니라 일한 데 대한 대가가 있으니 공사에 참여한 일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 거죠. 화성 건설을 위해 사용한 목재 등 자재 비용이 대략 39만 냥이었는데, 일꾼에게 지급된 총액이 30만 냥 정도였으니 성 축조 예산의 상당 부분을 임금 지급에 할애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정조는 무더위와 혹한이 닥칠 때는 공사를 쉬게 하고, 일꾼들이 공사를 진행하다 병에 걸리면 치료해줬습니다. 일꾼 입장에서는 나라가 임금을 지급하고 보살펴주니 열심히 일할 ‘유인’이 생기겠죠?(105) 정조의 수원 화성
화성 건설 기간이 단축된 또 다른 요인은 신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공사 기구가 제작됐기 때문입니다. ‘거중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죠. 정조의 명을 받은 정약용이 중국의 《기기도설》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도르래 원리를 이용해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게 설계했죠. 화성을 잘 살펴보면 벽돌과 같이 무거운 재료들로 축조됐습니다. 이전에는 무거운 벽돌을 이동시키기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모됐지만, 정약용이 제작한 거중기와 다양한 기구 덕분에 이런 수고를 덜게 됐으니 건설 기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죠. 기술 개발과 경제 성장화성 축조 사례를 보면 인센티브와 신기술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기술 발전이 미비했던 시대에도 이런 도구의 발명이 큰 영향을 줬는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금은 신기술이 우리 삶을 더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컴퓨터 발명부터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기술이 나타나며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고 있죠.
하지만 조선 시대 임금의 명으로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과 달리 현재는 기술 발전을 위해 민간 영역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개발 과정은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를 풀고,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술 개발을 유인해야겠죠. 인센티브를 통해 신기술이 발전하면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가 생기게 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죠. 정조의 수원 화성에 녹아 있는 인센티브와 신기술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