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03) 허생전
(103) 허생전
![[테샛 공부합시다] 허생전은 조선 현실과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205/AA.29830473.1.jpg)
허생의 행위를 경제학에서는 ‘매점매석(買占賣惜)’이라고 합니다. 특정 물건을 많이 사둔 뒤(매점) 가격이 오를 때까지 팔지 않고 보관하는 행위(매석)를 일컬을 때 쓰죠. 매점매석은 그 물건이 필요한 소비자의 후생을 악화시킵니다. 매점매석 행위는 지금도 존재합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초기에 마스크가 엄청나게 부족했죠. 마스크 제조 및 유통업체가 창고에 마스크를 쌓아두고 시중에 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스크가 필요했던 국민은 약국에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며 제한된 수량의 비싼 마스크를 구매해서 후생이 악화됐죠. 유통과 무역의 중요성허생은 이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고 변씨의 돈을 갚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변씨는 이런 허생을 뒤따라가 어떻게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지 물어봅니다. 그러자 허생은 “조선이란 나라는 배가 외국에 통하질 않고, 수레가 나라 안에 다니질 못해 온갖 물화가 제자리에 나서 제자리에서 사라지지요”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통해 조선의 물자 흐름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습니다. 육지로는 수레가 다니며 상품이 지역에서 지역으로 이동해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하지만, 조선은 상업 발달을 억제해 수레가 다닐 도로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죠. 또 조선에 없거나 부족한 상품은 외국과의 무역을 통해 조달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박지원은 《허생전》을 통해 매점매석이 가능한 조선의 허약한 경제구조를 보여주고 유통과 무역을 활발하게 해 나라를 부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박지원의 바람은 무역 규모 세계 8위가 된 한국을 통해 실현됐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우리는 고전을 통해 교훈을 얻고, 현재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