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누리호 타고 화성에 가볼까
지난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발사됐다. 우리나라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가 목표 고도인 700㎞에 도달하고, 위성 모사체 분리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필자는 크게 감동했다. 대한민국 고유 기술만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특히 올해는 누리호 2차 발사와 달궤도선 발사라는 대규모 이벤트가 연달아 예정돼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한경 DB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한경 DB
또 2030년 달착륙선을 쏘아올리고자 누리호 엔진의 성능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우주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보니 한발 나아가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다. 누리호를 타고 화성에 갈 수 있을까? 화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어떤 엔진이 필요할까?

화성은 달과 함께 인류의 주된 관심사였다. 지구와 화성 간 거리는 태양계 공전 궤도에서 계속해서 변하는데, 가장 가까울 때는 5460만㎞고 가장 멀 때는 4억100만㎞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실제 우주 임무엔 사용할 수 없는, 지구와 화성 간 직선거리를 계산한 것이다. 화성으로 가는 우주 지도
[과학과 놀자] 열핵 추진 로켓 만들면 유인 화성탐사 가능해진다
우주선의 궤도는 일직선이 아니다. 지구든 태양이든 무언가의 중력에 의해 타원형 궤도를 그린다. 게다가 지구와 화성은 계속 움직인다. 우주탐사 로켓의 주요 목표는 지구 궤도에서 목표 천체의 궤도로 이전할 수 있는 최종 속도를 얻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로켓 추진 시스템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비추력(specific impulse)을 알아야 한다.

비추력은 쉽게 말해 로켓 엔진의 연료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연료 1㎏이 1초 동안 연소할 때 얼마나 큰 추력을 만드는지다. 추력이란 비행물체를 날아가게 하는 힘이다. 로켓은 고속의 연료를 분사하는 반작용을 이용해 추력을 얻는다. 비추력의 단위는 ‘초(sec)’고, 값이 클수록 연료를 적게 소비하면서 큰 추진력을 지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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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력의 개념을 알았으니 옆 그림을 살펴보자. 두 가지 모두 ‘가장 연료를 적게 소비해 지구-화성을 왕복하는 궤도’로, 엔진 종류에만 차이가 있다. 우선 옆 그림에 사용된 A엔진의 비추력은 450초다. 이 로켓 엔진을 사용하면 우주선 총 무게의 92.5%를 연료로 채워야 한다. 그렇게 많은 연료를 싣고도 지구에서 화성까지 도착하는 데 8.6개월이 걸린다. 탐사로봇을 태워 보내는 거라면 괜찮지만, 우주비행사가 직접 타는 거라면 어떨까? 현재 기술로는 남은 7.5% 선에서 왕복 500일 동안의 생명유지장치와 탐사장치 등을 싣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반면, B엔진은 비추력이 900초다. 우주선의 85%를 연료로 채운다고 가정할 때, 편도 여행시간은 5.4개월이다. 만약 지구 궤도에서 연료를 보충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료 적재량을 늘려 속도를 올린다면 편도 3~4개월까지 단축된다. 화성 여행에 필요한 차세대 엔진지금까지 유인 우주 탐사에 사용한 로켓은 화학반응을 통해 추진력을 얻는 A 방식이었다. 하지만 화학 로켓은 비추력이 낮아 여행시간이 길고, 연료도 많이 필요하다. 위 예시에 나온 450초는 실제 미국 우주왕복선 화학 로켓 엔진의 비추력 값이다. 이 비추력으로는 달 다음으로 가까운 화성조차 필요 연료량이 너무 많아 유인 로켓 설계가 불가능할 정도다. 따라서 화학 엔진을 대체할 여러 종류의 로켓 엔진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열핵 추진 로켓(NTR: Nuclear Thermal Rocket)이다.

열핵 추진 로켓은 화학반응 대신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원자력으로 추진제를 가열, 팽창시켜 분사함으로써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기존 화학 엔진과 달리 추진제를 연소시키지 않고 분사하므로 별도의 산화제가 필요없다. 원자로의 높은 열을 이용해 비추력이 화학 엔진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론상으로는 어떤 물질이든 가열만 하면 추진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우주 탐사 중 외계 행성에서 액화 메탄이나 물 등을 채취해 추진제를 보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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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외에도 이온 추진 엔진과 바시미르(VASIMR: Variable Specific Impulse Magnetoplasma Rocket) 등이 차세대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근미래 로켓 추진 시스템으로는 열핵 추진 로켓이 가장 유력하다고 본다. 일찍이 NASA에서는 1955년부터 NERVA(Nuclear Engine for Rocket Vehicle Applications) 프로젝트로 연소시험을 완료, 2030년 초 화성 유인탐사를 목표로 둔 NTREES(Nuclear Thermal Rocket Element Environment Simulator) 프로젝트에서 추진 시스템 최적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로켓과 원자력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로켓부터 엔진까지 모두 국산화해 화성에 가는 꿈을 품을 때다.

강지호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SMR연료개발부 책임연구원
[과학과 놀자] 열핵 추진 로켓 만들면 유인 화성탐사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