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0일’을 ‘2022.3.10.’으로 써도 된다. 이때 주의할 게 ‘일’을 나타내는 마침표를 생략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2022.3.10’로 쓰면 이는 ‘2022년 3월 10’으로 연월일을 쓰다 만 것이 돼 잘못된 표기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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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대통령선거 운동 과정에서 후보들의 한글맞춤법 실수는 약방의 감초처럼 늘 있어 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불거져 나온 ‘반듯이/반드시’ 논란은 잘 알려져 있다. 방명록 표기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 공방전은 오류 표기가 아닌 것으로 이미 판정 났다. 그보다 새삼 이 얘기를 되짚어본 까닭은 당시 간과하고 지났던 ‘문장부호 용법’ 하나를 살펴보려는 때문이다. 마침표는 ‘연월일’ 대신…맨 뒤까지 찍어야이른바 ‘열에 아홉은 틀리는’ 이 맞춤법 용법은 마침표의 여러 기능 중 하나다. 당시 후보는 정확히 적었기에 논란의 대상에서 비껴나 있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틀리기 십상이다. 내용상 누군지 드러나겠지만. 우리 목적이 정치적 관심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굳이 실명을 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지난해 11월 10일 A후보는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했다. 이때 그는 ‘2021. 11. 10. ○○○’이라고 썼다. 선거가 끝난 뒤 첫 공식행사인 현충원 참배 당시에도 ‘2022. 3. 10. ○○○’이라고 정확히 적었다. 연월일을 적을 때 한글 대신 마침표를 쓰는 것은 문장부호법에 따른 용법이다. 문장부호에 관한 규정은 한글맞춤법 부록으로 수록돼 있는데, 각 부호의 이름과 사용법을 일일이 정해 놓았다. 이 역시 맞춤법의 하나라 당연히 지켜야 할 규범이다.

문장부호법에 따르면, 아라비아 숫자만으로 연월일을 표시할 때 글자 대신 마침표로 나타낼 수 있다. 즉, ‘2022년 3월 10일’을 ‘2022. 3. 10.’으로 써도 된다. 이때 주의할 게 ‘일’을 나타내는 마침표를 생략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2022. 3. 10’으로 빼먹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마치 ‘2022년 3월 10’처럼 연월일을 쓰다 만 것이 돼 잘못된 표기다.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다른 숫자를 덧붙여 변조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맨 뒷자리의 마침표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띄어 쓰지 않고 ‘2022.3.10.’으로 붙여 쓰는 것 역시 틀린 표기다. 월/일을 나타내는 ‘3. 10.’은 각각 새로운 단어에 해당하므로 한글맞춤법의 대원칙인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는 정신에 따라 ‘2022. 3. 10.’이라고 적어야 정확한 표기다. 작은 것 하나도 지킬 때 분석적 사고 키워많은 이들은 마지막 ‘일’ 자리에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오류로 깨닫지 못한다. 이 오류는 놀랍게도 너무도 넓게 퍼져 있어서 사람들은 틀린 것에 더 익숙해져 있을 정도다. 오히려 바르게 쓴 ‘2022. 3. 10.’이라는 표기를 낯설게 느끼기도 한다. 그것을 A후보가 정확히 썼다는 것은 그의 ‘국어 실력’이 보통보다는 윗줄에 있음을 뜻한다고 봐도 무방할 터이다.

혹자들은 말한다. 뭐 그런 것까지 그리 까탈스럽게 따지냐고. 사소한 듯하지만 이런 오류까지 치밀하게 걸러내야 할 이유는 우리말과 글을 이치에 맞게 합리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의 사고(思考)가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각 후보의 공보물을 보면, 생년월일 표기가 중구난방이었음이 눈에 띈다. 우선 A후보조차 공보물에서는 ‘1960. 12. 18’이라고 적었다. B후보 역시 ‘1964. 12. 22’라고 썼다. 각각 ‘1960년 12월 18’ ‘1964년 12월 22’라고 적은 것이나 다름없다. C후보는 생년월일란에 ‘1959.02.20’으로 적었는데, ‘일’ 자리에 마침표도 안 찍고 띄어쓰기도 안 했다. ‘1959. 02. 20.’이라고 적어야 정확한 표기다.

 저자·前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저자·前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마침표 용법과 관련해 또 하나 궁금해하는 게 인용한 문장의 끝에 마침표를 찍을지 여부다. <그는 “지금 바로 ①떠나자./②떠나자”라고 말하며 서둘러 짐을 챙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①이 원칙이고, ②도 허용하는 표기다. 종전에는 ①만 가능해 마침표를 꼭 찍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침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고 따옴표로써 이미 인용한 문장의 경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2014년 문장부호법을 개정하면서 둘 다 가능한 것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