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인류 최초의 대통령은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조지 워싱턴(1732~1799)입니다. 미국·영국 간 독립전쟁을 미국의 승리로 이끈 인물이죠. 1789년 4월 30일 그는 미국 뉴욕 임시정부청사 페더럴홀에서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그는 오른손을 성경 위에 올려놓고 ‘대통령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미국의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수호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대통령이 선서하는 전통은 이때 처음 생겼습니다.미국에서 대통령이 최고 통치자 명칭이자 지위가 된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대통령의 역사를 알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국 독립사를 압축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17세기 초 영국인들은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쪽으로 들어왔습니다. 상인과 모험가 그리고 종교 탄압을 피해 바다를 건넌 사람들이었죠. 영국 군대도 물론 들어왔어요. 해외 식민지 개척 시대였으니까요. 정착민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절대권력인 왕과 귀족을 싫어하고, 종교의 자유(첨교도)와 새로운 기회를 원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영국의 힘에 눌려 있던 식민지인들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불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이 식민지에서 세금을 너무 많이 걷어 갔거든요. 설탕조례, 인지조례 같은 조세법이 정착민들을 괴롭혔죠. 영국 정부가 차(tea) 판매독점권을 동인도회사에 주자 거래를 못하게 된 사람들은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1773년 보스턴에서 일이 터졌습니다. 식민지인들은 항구에 정박해 있던 영국 상선에서 차 340상자를 꺼내 바다에 버렸습니다. 1800만 잔의 차를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고 합니다. 1775년 영국군과 식민지 민병대 사이에서 전쟁이 났습니다. 민병대를 이끈 사람이 바로 조지 워싱턴 장군이었습니다.
이듬해인 1776년 중대한 문서 하나가 인류 문명사에 등장했습니다. 미국 독립선언서입니다. 왕과 귀족을 부정하고 만민 평등을 주장했고, 생명·자유·행복추구권은 왕이 주는 것이 아니라 천부인권이라고 선언했죠. 또 권력은 하늘이 왕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동의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당시로선 매우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선언이었습니다. 영국 왕 조지 3세는 받아들일 수 없었죠. 1781년 미국이 이겼습니다. 파리강화조약에 따라 미국은 독립국이 됐어요.
건국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유럽식 절대 왕권이 없는 새로운 국체(國體)를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았죠. 전례가 없었으므로 미국의 건국 아버지들은 모든 것을 새로 정해야 했습니다. 왕이 아닌 ‘왕’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그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며 권한을 얼마나 허용 또는 제한해야 하나? 논쟁이 치열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연방주의자 논고:The Federalist Papers》는 논쟁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강력한 중앙정부를 가져야 한다는 사람들은 통치자를 한 명만 두자고 했습니다. 알렉산더 해밀턴,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 같은 사람들이죠. 반면 여러 명의 통치자를 둬 서로 견제토록 하자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각 주(state)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강조한 토머스 제퍼슨 같은 사람이었죠. 제퍼슨은 느슨한 연방 체제를 원했습니다. 이들은 헌법 제정을 통해 이견을 해소했습니다. 대통령이 미국을 통치하되 국민이 선거를 통해 뽑고 임기를 4년으로 제한했어요. 또 입법부와 사법부가 행정부(대통령)를 견제(탄핵 등)하도록 했어요. 세습되지 않는 권력, 왕이 없는 특이한 정부,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체제가 최초로 확립된 겁니다. 대통령이 ‘선출된 왕’이 될 것이라는 제퍼슨의 우려는 수그러들었죠.
대통령(President)이라는 용어는 회의를 ‘주재하다(preside)’라는 말에서 왔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왕을 싫어했으므로 왕에게 사용하던 극존칭 대신 미스터(Mr.)를 대통령직 앞에 붙이는 관행을 만들었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대통령이라는 칭호에는 왕으로부터의 독립,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정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근대민주주의 사상이 녹아 있습니다. King에서 President로의 대전환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1. 군주제와 대통령제의 차이를 비교해보자.
2. 미국식 대통령제가 한국에 수입돼 들어온 시기를 알아보자.
3. 왕권신수설과 국민주권론을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