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한 명품 브랜드 패션쇼에 등장한 유니콘.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은 ‘잘나가는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한경DB
한 명품 브랜드 패션쇼에 등장한 유니콘.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은 ‘잘나가는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한경DB
세계 유니콘(unicorn) 기업 수가 처음으로 1000개를 돌파했다고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지난 9일 보도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는 용어다. 2013년 미국 벤처캐피털 카우보이벤처스의 에일린 리 대표가 한 언론 기고문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널리 쓰이고 있다. 비상장 기업의 가치는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평가를 거쳐 산정된다. 이게 조(兆) 단위에 진입했다는 것은 그간의 성과와 미래 가능성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사상 처음 1000개 돌파2013년 리 대표는 “2003년 이후 창업한 스타트업 중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넘은 기업이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페이스북, 링크트인, 트위터, 우버, 유튜브 등 39개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중 몸값이 가장 높았던 트위터는 100억달러 정도로 평가받았다. 2015년 경제지 포천이 ‘유니콘의 시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릴 당시 유니콘 수는 80개였다.

유니콘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대 들어서부터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2020년 말 569개였던 유니콘 수는 이달 초 1000개를 돌파했다. 현재 ‘몸값 1등 유니콘’은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로, 기업가치를 1400억달러(약 168조원)로 평가받고 있다.

원래 유니콘은 신화 속 동물처럼 현실에서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올 들어선 하루 한 개꼴로 탄생하고 있다. 지난 1월에만 42개 스타트업이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금리에 힘입어 시중에 벤처투자 자금이 풍부해졌고, 언택트(비대면) 흐름에 올라타 폭발적 성장을 달성한 스타트업이 많아진 영향이다.

한국에서는 10여 개 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무신사, 마켓컬리, 당근마켓, 토스, 야놀자, 티몬, 직방 등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름이 여럿 포함돼 있다. 더 크면 데카콘, 또 더 크면 헥토콘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상장하면 유니콘 명단에서 빠진다. 트위터, 페이스북, 우버 등은 더 이상 유니콘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유니콘에서 기업가치가 더 높아져 100억달러를 넘어서면 데카콘(decacorn)이라고 부른다. 유니콘의 유니가 숫자 1을 뜻하는 데서 착안해 숫자 10을 뜻하는 접두어 데카로 바꾼 것이다. 또 1000억달러를 돌파하면 헥토콘(hectocorn)이라고 한다. 숫자 100을 의미하는 헥토에서 유래했다.

[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몸값 10억달러 넘는 스타트업…매일 1개씩 탄생
리 대표는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겼지만 동시에 유니콘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도 스타트업이 유니콘에 올라서기는 매우 어렵다”며 “유니콘이 되려면 시기와 운, 뛰어난 솜씨, 지속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