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肝膽相照 (간담상조)
▶한자풀이
肝: 간 간
膽: 쓸개 담
相: 서로 상
照: 비칠 조


간과 쓸개를 서로에게 내보이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친밀히 사귐
- 《유종원의 묘비명》

당나라 헌종 때의 일이다. 유종원은 유주를 관할하는 자사로 좌천된 뒤 내직으로 복직하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그와 절친인 유우석이 파주지사로 좌천됐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파주 땅은 몹시 궁벽한 변방이라 사람 살 만한 곳이 못 된다. 더구나 팔십이 넘은 노모까지 계시니, 어머니를 모시고 갈 수도, 홀로 두고 갈 수도 없는 딱한 처지다. 조정에 상소를 올려 유주지사와 파주지사를 서로 바꿔달라고 간청해야겠다. 이 일로 다시 죄를 물어 내가 죽는다 해도 원망하지 않겠다.”

헌종이 유종원의 청원을 받아들여 유우석은 형편이 조금 나은 유주지사로 가게 되었다. 유종원이 죽은 후 당나라의 대표적 문장가이자 사상가 한유(韓愈)가 그 우정을 세태에 빗대 유종원의 묘지명에 새겼다.

“사람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참된 절의(節義)가 나타나는 법이다. 평소에는 서로 그리워하고 같이 술을 마시며 놀고 즐겁게 웃는데 마치 ‘간담을 내보이는 것처럼 하고(肝膽相照)’ 죽는 한이 있어도 우정만은 변치 말자고 맹세한다. 하지만 털끝만큼의 이해 관계가 생기면 눈을 돌려 모르는 듯한 얼굴을 한다. 더욱이 위험에 빠지면 손을 내밀어 구해주기는커녕 더 깊게 빠뜨리고 돌까지 던지는 인간이 세상에 널려 있다.”

작가/시인
작가/시인
간담상조는 간과 쓸개를 서로에게 내보인다는 뜻으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친밀히 사귀는 것을 이른다.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을 의미하는 관포지교(管鮑之交)도 뜻이 같다.

‘웃을 땐 여럿이 웃고 울 때는 혼자 운다’는 말처럼 우정은 이익 앞에서 속살을 드러낸다. 상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아픔을 나누는 게 참 우정이다. 세상에 친구만큼 따뜻한 우군은 없다. 친구는 힘이 되고, 길이 된다. 내게도 ‘간담상조’하는 참된 벗이 있는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벗인지 생각해보자.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肝膽相照 (간담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