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는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계절의 표준'이 되는 구별이다. 그것은 곧 절기를 '농사짓는 기준'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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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동지를 새해 첫날로 삼기도 했다. 동짓날은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은 가장 짧다. 이날을 기점으로 낮이 점점 길어진다는 뜻이다. 양(陽)의 기운이 커진다는 점에서 이날을 한 해의 시작으로 봤다. 겨울을 알리는 입동에 들어선 뒤 소설, 대설을 거쳐 겨울 한가운데 동지가 있고 이어 소한 대한 추위를 지나 드디어 입춘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즉 동지는 입동과 입춘의 딱 중간에 있는, 절기상 겨울이 한창인 때다. 양력으로 12월 22일이나 23일께다.
입춘은 ‘설 립(立), 봄 춘(春)’이다. 한자 의식이 흐려진 요즘 이를 자칫 ‘들 입(入)’ 자를 써 ‘入春’인 것으로 알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입춘은 봄에 들어선다는 의미이긴 하지만, 엄밀히는 봄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 초입에 그 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입춘 외에 각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이 모두 같은 이치로 만들어진 말이다. ‘입춘방’은 새봄 맞아 길운 기원하는 문구입춘을 알리는 여러 우리말 가지 가운데 하나로 ‘입춘방’을 알아둘 만하다. 만물이 소생하는 새해 첫 절기를 맞아 우리 조상들은 벽이나 대문, 문지방 같은 데에 복을 기원하는 글귀를 써 붙였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게 대표적인 것이다. 그것을 ‘입춘방(立春榜)’ 또는 ‘입춘첩(立春帖)’이라고 부른다.
榜은 ‘방을 붙이다’할 때의 그 ‘방’이다. 지난 시절, 대중매체가 발달하기 전에 쓰이던 홍보 게시판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물론 첨단 정보기술(IT)이 발전한 요즘도 인사 등 주요 공지사항은 방을 붙이는 전통이 살아 있어서 꽤 통용되는 말이다. 그 글을 ‘방문(榜文)’이라고 한다. ‘널리 알리기 위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써 붙이는 글’이다. 속담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고 할 때의 ‘방문’과는 구별되는 말이니 주의해야 한다. ‘방문(方文)’은 약을 짓기 위해 약 이름과 분량을 적은 종이를 말하는데, 지금의 ‘처방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입춘첩’도 많이 쓰는 말이다. 조선일보 등 1930년대 신문에서 입춘방과 더불어 꾸준히 입춘첩이 쓰여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입춘방이 《표준국어대사전》에 단어로 올라 있는 데 비해 입춘첩은 표제어로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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