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結草報恩 (결초보은)
▶ 한자풀이
結: 맺을 결
草: 풀 초
報: 갚을 보
恩: 은혜 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
죽어서도 은혜를 잊지 않음
- 《춘추좌씨전》

춘추시대 진나라(晉)의 대부 위무(魏武)에게는 첩이 한 명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병으로 몸져누웠는데, 아들 위과(魏顆)에게 당부했다.

“내가 죽으면 저 여자를 다른 사람에게 개가(改嫁)시켜라.”

하지만 병이 더 심해져 죽기 직전에는 “내가 죽으면 저 여자를 순장(殉葬)시켜라”고 유언했다. 위과는 아버지가 정신이 있을 때 한 당부가 진심이라고 생각해 서모(庶母)를 개가시켜 순사(殉死)를 면하게 했다.

후에 진나라(晉)와 진나라(秦)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위과는 전쟁에 나갔다. 위과가 진(秦)의 두회(杜回)와 싸우다 위태로운 상황에 몰렸는데, 바로 그 급박한 순간에 두회가 풀에 걸려 넘어져 위과는 그를 사로잡아 뜻밖에도 큰 공을 세웠다. 그날 밤, 위과의 꿈속에 한 노인이 나타나서 말했다.

“나는 그대가 출가(出家)시켜 준 여인의 아비요. 그대는 아버님이 제정신일 때의 유언을 받들어 내 딸을 출가시켜 주었소. 그때 이후로 나는 그대에게 보답할 길을 찾았는데 이제야 그 은혜를 갚은 것이오.”

작가/시인
작가/시인
첩의 아버지 혼령이 풀을 엮어 두회를 넘어지게 함으로써 딸의 은혜를 갚은 것이다.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얘기로, 결초보은(結草報恩)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죽어서라도 은혜를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은혜를 입은 마음이 뼈에 깊이 새겨져 잊히지 않는다는 각골난망(刻骨難忘)도 뜻이 같다. 백골난망(白骨難忘) 난망지은(難忘之恩) 난망지택(難忘之澤)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

베푼 마음은 잊되 받은 은혜는 오래 가슴에 품어야 한다. 하지만 베푼 것은 오래 가슴에 품고, 받은 은혜는 쉽게 잊는 게 인지상정이다. 철학자 니체는 “베푼 은혜를 마음에 오래 담으면 결국 독이 된다”고 했다. 한데 받은 은혜를 마음에 깊이 새기면 약이 되고 덕(德)이 된다. 은혜의 크기는 베푼 자가 아닌 베풂을 받은 자의 마음으로 좌우된다.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結草報恩 (결초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