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니라 사물에까지 쓰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하다. "노후 아파트 4인방 재건축사업 활기." 오래된 아파트 네 곳을 굳이 4인방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 공감가지 않는 표현이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아파트 4인방'은 사람일까 건물일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110/AA.27884179.1.jpg)
본래 ‘4인방’은 문혁 기간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 등 4명의 공산당 지도자를 일컫는 말이다. 나중에 이들을 숙청할 때 중국에서 ‘4인방’이란 용어를 썼는데, 한국에서도 이를 그대로 들여다 썼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말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방(幇)’이 무리, 단체, 패거리를 뜻하는 말이다. ‘4인방’이라고 할 때 방은 ‘갱단’이란 의미로 해석하면 맞는다. 그런데 그뒤 중국의 산시방이나 상하이방 같은 용례를 보면 이 말이 딱히 부정적인 데만 쓰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시진핑 주석 등을 비롯한 산시성 출신 요인들을 두루 산시방(陝西幇)이라고 칭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장쩌민 정부 시절에는 상하이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해 상하이방(上海幇)이라고 불렀다. 긍정적 의미 나타내기엔 ‘O총사’가 제격한국에선 1980년대 말 들어 ‘4인방’이 좋은 의미에도 두루 쓰이기 시작했다. “김수녕 등 ‘대표 4인방’ … 한국 여자양궁 라이벌 없다” 식이었다. 더구나 인물 수에 따라 3인방, 4인방, 5인방 식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으니 아주 생산성이 좋은 말로 바뀌었다. “‘뽕숭아학당’ 트롯 4인방”, “OOO 사장 등 ‘50대 젊은피 3인방’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다” 등 이런 사례가 넘쳐난다. 말의 쓰임새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바뀌기야 하지만 그래도 좀 어색한 느낌은 남아 있다.
하물며 사람이 아니라 사물에까지 쓰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하다. “노후 아파트 4인방 재건축사업 활기.” 오래된 아파트 네 곳을 굳이 4인방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 공감가지 않는 표현이다. “공모주 3인방 분석”, “노후대비 3인방,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이 다 그렇다.
3인방, 4인방이 주로 부정적인 맥락에서 쓰는 데 비해, 3총사나 4총사 같은 표현은 긍정적인 의미자질을 띠는 단어다. 프랑스의 소설가 뒤마가 지은 장편 역사소설 《삼총사》에서 따온 말이다. 지금은 이 말이 의미 확장돼 ‘친하게 지내는 세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많이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