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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글기자

    외래어·신조어 포용하되, 세대 간 소통 문제 해결해야

    울산광역시교육청이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을 줄이자며 우리말 대체어를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샤프’를 ‘누름 연필’, ‘마인드맵’을 ‘생각 나무’ 등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울산교육청은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나 신조어, 한자어 등을 우리말로 바꾸는 공모 대회를 2021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울산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공공언어를 가장 바르게 사용하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이런 우리말 대체어 제안에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다. 찬성 측은 우리말은 곧 우리의 정신이기에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외래어 사용은 한글을 파괴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언어 사용도 글로벌 시대 흐름에 맞춰야 하며, 어휘 선택과 사용은 개인의 자유이자 권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언어는 시대상을 가장 잘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에 따라 많이 사용하는 어휘와 유행어도 빠르게 바뀌기 마련이다. 특히 유행에 민감하고, 무엇이든지 빠르고 편리하게 하고 싶어 하는 MZ세대의 영향으로 순우리말보다 외래어, 유행어, 신조어, 줄임말 등의 사용 빈도가 늘고 있다. 우리 문화의 포용성이 그만큼 넓어졌다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언어파괴 문제’를 불러오고, 유행에 둔감한 세대와 소통 단절을 야기하기도 한다. 신조어 사용으로 간편하게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선호할 만하다. 그러나 뜻도 모를 외래어, 신조어를 사용하기에 앞서 세대 간 단절과 소외감을 유발하는 문제를 푸는 노력도 진지하게 해야 할 것이다. 김현지 생글기자 (포항제철고 2학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아파트 4인방'은 사람일까 건물일까?

    ‘대장동 사건’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4인방’이니 ‘키맨’이니 하는 말들이 연일 신문지면에 오르내린다. 이 사건에 핵심 역할을 한 사람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키맨(keyman)이야 외국어이니 그렇다 치고, 4인방은 언제부터 우리말에서 쓰이기 시작했을까? 예전부터 쓰던 말은 아니고, 1970년대 말 수입된 말이다. 그 용법을 알기 위해선 중국의 문화대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O인방’은 사람에 써야 … 사물에 쓰면 어색해우리 언론에서 ‘4인방(四人幇)’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6년 말이다. “숙청된 중공의 급진좌파지도자들인 모택동의 처 강청을 비롯한 이른바 ‘4인방’은….”(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한 신문은 마오쩌둥 사망 직후 문혁파 숙청과정에서 발생한 중국의 혼란상을 이렇게 전했다. 당시 ‘4인방’과 함께 ‘4인조(4人組)’도 쓰였다. 4인방이 한국에선 안 쓰던 한자말이라 뜻이 비슷한 4인조를 섞어 썼을 것이다. 같은 날 같은 지면에 “중공은 … 지난 10월 숙청된 문혁급진파 ‘4인조’의 추종자들과 …” 같은 표현이 보인다.본래 ‘4인방’은 문혁 기간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 등 4명의 공산당 지도자를 일컫는 말이다. 나중에 이들을 숙청할 때 중국에서 ‘4인방’이란 용어를 썼는데, 한국에서도 이를 그대로 들여다 썼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말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었다.‘방(幇)’이 무리, 단체, 패거리를 뜻하는 말이다. ‘4인방’이라고 할 때 방은 ‘갱단’이란 의미로 해석하면 맞는다. 그런데 그뒤 중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인공지능'은 'AI'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전 세계 이목을 끌었던 인간 대 인공지능(AI) 간 반상 대결이 펼쳐진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맞붙은 이 대국은 우리 사회에 ‘AI 쇼크’를 불러왔다. 동시에 우리말에는 ‘AI’란 영문약자의 위세를 한껏 떨쳐낸 계기가 됐다. AI는 인공지능·조류인플루엔자 두 가지 뜻우리말 가운데 ‘말 대(對) 말’ 세력싸움으로 주목할 만한 것에 ‘AI(artificial intelligence)’와 ‘인공지능’을 빼놓을 수 없다. 둘 간의 판세가 팽팽하다. 보통은 효율성을 따져 영문약자를 선호하는데 이들 사이는 특이하다. 그 배경에는 AI가 두 가지로 쓰인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 ‘인공지능’과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가 그것이다.애초에는 조류인플루엔자로서의 AI가 인공지능으로서의 AI보다 더 많이 쓰였다. 이 말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97년께다. 초기에는 ‘조류독감’으로 불렸다. 이후 독감이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 어감이 가금(家禽: 닭 오리 등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 산업에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따라 대체어로 나온 게 ‘조류인플루엔자(AI)’였다. 완곡어법 효과를 노린 용어인 셈이다.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인공지능으로서의 AI가 훨씬 더 많이 쓰인다. 그런 두 가지 용도로 인한 헷갈림(?) 때문인지는 몰라도 외래어 ‘AI’와 함께 우리말 ‘인공지능’도 꽤 자주 쓰인다. ‘이메일’의 벽을 넘지 못한 ‘전자우편’과 달리 ‘인공지능’이 ‘AI’를 밀어내고 단어로서의 위상을 굳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문약어 대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다듬은말 '전자우편'에 대한 우울한 전망

    1990년대 우리 사회에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메일’도 자연스럽게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우리말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다툼’ 하나가 전개됐다. 그것은 언중(言衆)의 선택을 받기 위해 벌어진, 말과 말 사이의 세력 싸움이었다. 주인공은 ‘이메일’과 ‘전자우편’이다. 외래어 ‘이메일’에 대응해 20년 넘게 경쟁지금 우리가 ‘이메일’이라고 쓰는 이 용어는 처음부터 그리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electronic mail’의 약어인 이 말은 초기에 주로 ‘e메일(또는 ‘E메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e메일은 물론 영어 ‘e-mail’을 머리글자 e만 놔두고 나머지를 한글로 옮긴 것이다.외래어 ‘e메일’이 우리말 안에서 세력을 급속히 확장해 가자 곧바로 다듬은말이 나와 경쟁을 벌였다. 순화어로는 ‘전자우편’이 제시됐다. 1997년 전산기용어(국어순화용어자료집)를 비롯해 2002년 국어순화자료집에 이어 2012년 국어심의회 국어순화분과 회의에서 될 수 있으면 ‘전자우편’을 쓰도록 심의 확정했다.외래어 표기 지침을 정하는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는 이보다 앞서 2000년 12월 회의에서 ‘이메일’을 인정했다. 당시 결정사항을 보면 이 용어 표기를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혼란이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전자 우편, E-mail, EM(electronic mail). ※‘이 메일’로도 쓰되 특수한 경우 ‘e메일’로 쓸 수 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이외에 누리편지, 전자메일, 전자편지 등 예닐곱 가지의 표기가 띄어 쓰는 경우와 뒤섞여 어지럽게 사용되고 있었다.그러던 게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쌈지무선망'은 왜 다듬기에 실패했나

    지난호에선 외래어 남용의 기준을 ‘좋은 우리말 표현이 있는데도 굳이 외래어를 쓴 경우’로 설정했다. 해방 이후 우리말 다듬기의 상당 부분은 이 ‘우리말 대체어’를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 작업은 우리말 살리기에 큰 기여를 했다. 다만 지나치게 명분과 당위에 매몰돼다 보니 때로 현실과 동떨어진 ‘낯선 말’을 내놓아 비판도 많이 받았다. 어설픈 순화어…의미전달 안 되고 표현도 어색일제 강점기 혹독한 우리말 말살정책을 이겨낸 우리 민족이 광복 뒤 우리말 되살리기 운동을 펼친 것은 필연적이었다. 구체적으론 한자와 일본어 잔재의 추방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당시 한자파와 한글파 간 갈등은 험악했다. “한글파에서는 비행기를 ‘날틀’로, 이화여자전문학교를 ‘배꽃계집애오로지배움터’로 하자고 한다더라”는 흑색선전이 나온 것도 이때였다. 그릇된 순화어의 예로 흔히 거론되는 ‘날틀’과 ‘배꽃계집…’이 잘못 알려진 데는 사연이 있었다.우리말 살리기 운동을 이끌던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은 <우리말 존중의 근본 뜻>(1953년)에서 “우리는 ‘날틀’ 같은 것을 주장한 일도 없거니와 그것은 너무도 졸렬한 새말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러 되잖은 번역을 함으로써, 한자말을 우리말로 옮기려는 운동을 우스운 장난처럼 만들어 이를 조롱하고 방해하려는 태도”라고 분개했다. 한글파의 주장은 學校나 飛行機 식으로 한자를 쓰지 말고 한글로 학교, 비행기라고 쓰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자파는 이를 이용해 한자말을 억지 토박이말화하려 한다고 왜곡해 선전했다.물론 빌미가 있었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Kiss & Ride' 대신 '배웅정차장'을

    “얼마 전 개통한 원주역, 수인선 오목천역 등에 ‘Kiss & Ride’의 약자인 ‘K&R’이 발견됐습니다. 새로 생기는 역에 뜻 모를 ‘Kiss & Ride’를 설치해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 발생한다면 행정적인 차원에서도 낭비일 것입니다.” 우리말 운동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가 지난 1월 철도 관련 정부 산하기관에 공문을 보냈다. 도무지 뜻 모를 ‘Kiss & Ride’라는 표시물을 없애달라는 취지에서다. 뜻 모를 외국어 그대로 사용…소통에 지장 줘이 단체는 몇 년 전에도 한글날을 앞두고 서울시민을 상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외래어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굿닥(비상약 보관함), BRT(급행버스체계), Kiss & Ride(마중주차) 등이 ‘시급히 바꿔 써야 할 안전용어’ 1~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년간의 노력에도 개선되는 기미가 잘 보이지 않자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철도역의 표지판이나 길바닥에 쓰인 ‘Kiss & Ride’(K&R)는 요상한 말이다. 보통은 외래어(외국어)가 들어오더라도 이렇게 원어가 통째로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 이 말은 기차역에서 누군가를 마중(또는 배웅)할 때 잠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키스’는 아마도 우리와는 다른, 서양의 문화 때문에 들어갔는지 모를 일이다. 한글문화연대는 ‘배웅정차장’이나 ‘환승정차구역’ 정도를 대체어로 제시했다.흔히 외래어 남용(남발)이라고 싸잡아 말하지만, 들여다보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어렵고 낯선 말을 사용하는 경우다. ‘Kiss & Ride’ 또는 ‘K&R’ 같은 게 그렇다. 이런 말은 소통을 방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오등은 자에~' 대 '우리는 오늘~'

    “吾等은玆에我朝鮮의獨立國임과朝鮮人의自主民임을宣言하노라此로써世界萬邦에告하야….” 1919년 3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 독립선언서가 울려퍼졌다. 일제 강점하에서 분연히 떨쳐일어나 민족의 독립을 세계만방에 선포한 날이다. 우리말글 관점에서는 아쉬움도 많은 글이다. 선언서의 첫머리만 봐도 숨이 막힌다. 어미와 토씨를 빼곤 죄다 한자로 돼 있다. 100여 년 전 우리말글 실태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미와 토씨 빼곤 한자로 된 3·1독립선언서한자 의식이 점차 약해져 가는 요즘은 아예 이를 읽지 못하는 이들도 꽤 있을 것 같다. 한글로 옮기고 띄어쓰기를 해보면 좀 나을까? “오등은 자에 아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차로써 세계만방에 고하야….” 여전히 어렵다. 독립선언서를 따로 배우지 않은 세대라면 아마 첫 구절부터 막힐 것이다. ‘오등은 자에’? ‘아조선’이라니? 한자어를 단순히 한글로 옮겨쓴 문장이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이태 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정부에서 ‘쉽고 바르게 읽는 3·1 독립선언서’ 작업을 벌였다.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이를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이제 의미가 또렷해지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민족의 독립을 선언한 지 10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국민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문장으로 바뀌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쉬운 우리말 쓰기’ 개념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 원조는 마땅히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및 반포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훈민정음 서문에 그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외래어 '욜로', 고유어 '욜로'

    ‘욜로’는 외래어다. Yolo, 즉 ‘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뜻의 말로,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생활 방식을 말한다. 2013년께부터 한국 언론에 소개되기 시작해 2017년을 전후해 우리 사회의 여러 소비문화 현상 가운데 하나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잡았다. ‘요리로’가 줄어 ‘욜로’로 바뀐 순우리말‘욜로’는 우리 고유어이기도 하다. “욜로 가면 지름길이 나온다”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우리말에 있는 ‘글로, 졸로, 절로, 일로, 골로’ 같은 말도 낯설게 보일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욜로족’이니 ‘욜로 라이프’니 하는 외국말은 잘 알아도 우리 고유어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욜로’는 ‘요리로’의 준말이다. 마찬가지로 ‘그리로→글로, 조리로→졸로, 저리로→절로, 이리로→일로, 고리로→골로’로 줄어든다. 한글맞춤법 제33항에 나오는 용법이다.우리말은 체언과 조사가 결합할 때 말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무엇을’이 줄어 ‘뭣을’ 또는 ‘무얼’이 된다. 이 말은 다시 ‘뭘’까지로 준다. ‘그것은, 그것으로’가 줄면 ‘그건, 그걸로’가 되는 식이다. 말에도 ‘언어의 경제성’이 작용한 결과다. 준말이 효율성이 높아 구어에서는 자연스럽게 준말을 더 많이 쓰게 된다. 이는 부사에 조사가 어울릴 때도 마찬가지다. ‘욜로, 글로,…’ 등의 준말이 성립하는 문법적 근거다. 글쓰기에선 본말 쓰는 게 의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