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스티브 잡스…그가 남긴 것

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따라
휴대폰도 '스마트폰'으로 진화
영화보고 쇼핑하고 영상통화도

2007년 아이폰 선 보인 잡스
애플을 세계최고 기업으로 키워

'피처폰 황제' 노키아·모토로라는
순식간에 몰락의 길로 접어들어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우리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문명은 발전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고교생 필독서 중 하나인 《러쉬!》의 저자 토드 부크홀츠는 이 말을 쉽게 풀이해줬습니다. “우리는 새 차를 구입할 때마다 자동차 부품 설명서와 안내서를 꼼꼼하게 읽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열쇠로 시동을 거는 것뿐이다.” 화이트헤드의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영역이 바로 휴대폰입니다. 우리는 휴대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라도 휴대폰 기능을 잘 사용합니다. 휴대폰만 있으면 금융거래, 영화 관람, 쇼핑, 영상통화 등을 다 할 수 있지요.
[커버스토리] 잡스의 '아이폰 매직' … 내 손안에 '스마트 세상' 열었다
휴대폰, 즉 통신의 진화 역사를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BC 5세기 그리스는 달리기를 정보 전달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마라톤 평원에서 페르시아를 물리친 그리스 군대는 한 병사의 달리기로 승전보를 알렸습니다. 마라톤의 유래지요. 몽골은 말을 타고 달리는 역참 제도로 먼 곳의 정보를 알렸습니다. 전서구(傳書鳩)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훈련된 비둘기 발에 메모지를 달아 보내는 방법이었죠. 날아가다가 매에게 잡혀 먹히면? 봉화(烽火)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산꼭대기에 불을 붙여서 알리는 방법입니다. 음성을 전기신호로 바꿔 전달하는 전화는 19세기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우리는 음성 전화기를 편의상 1G(Generation: 1세대)라고 부릅니다. 멀리 있는 사람과 매우 쉽게 정보를 건넬 수 있게 문명화된 겁니다.

이후부터 기술은 빠르게 진화했습니다. 실내에 고정돼 있던 집전화기는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으로 바뀌었습니다. 2G 시대가 열린 겁니다. 음성 통화는 물론 간단한 문자 송신이 가능해졌습니다.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라는 복잡한 군사 통신기술이 일반 상업용으로 상용화된 덕분입니다. 기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이것을 상용화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것만 숙지해주세요. 한국이 휴대폰 강국인 이유가 있는 것이죠. 휴대폰 기술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얼마나 빨리, 끊기지 않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3G는 통화는 물론 영상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4G는 동영상을 더 빠른 속도로 매끄럽게 받을 수 있는 정도(영상통화 가능)이고 사물인터넷(IoT)을 가능케 합니다. 5G와 6G는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미래기술을 가능케 하는 세대입니다. 지구촌 인구가 거대한 정보량을 주고받으려면 통신기술의 진화가 뒷받침해야 하죠.

고성능 정보통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반도체 집적기술입니다. 반도체 역시 인간이 지닌 기술 본능에 따라 개발돼왔습니다. ‘무어의 법칙’을 들어보셨나요? 1965년 고든 무어라는 엔지니어는 《일렉트로닉스》라는 잡지의 요청에 따라 반도체 시장을 예측하는 글을 썼습니다. 거기에서 무어는 반도체 집적도는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고 예측했습니다. 2년마다 2배씩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서 설명해볼게요. 인텔이라는 미국 기업이 1971년 내놓은 1세대 칩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2015년 생산한 6세대 칩으로 진화했습니다. 6세대 칩의 성능은 1세대보다 3500배 높고, 에너지 효율성이 9만 배 뛰어나고, 생산비용은 6만분의 1로 줄었습니다. 폭스바겐 자동차로 비교하면, 1971년형 ‘비틀’이 2015년에 시속 48만㎞ 속도로 달리고, 1갤런의 연료로 320만㎞를 가고, 차 생산 비용은 4센트에 불과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하드웨어 기술을 소프트웨어 혁명으로 이끈 사람이 2007년에 나타났습니다. 바로 스티브 잡스죠.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무대에 선 그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폰 하나를 꺼냈습니다. 아이폰입니다. 기존 폰의 모든 것을 바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오늘날 우리가 쓰는 많은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만들어낸 ‘기술 변곡점’의 순간이었습니다. 물리적 버튼이나 자판 없이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유저 인터페이스’는 정말 혁신적이었습니다. 전면 디스플레이와 강력한 정보처리 능력, 고용량 램, 기가비트급 대용량 플래시 메모리, 카메라 기술이 다 들어 있었는데도 화이트헤드 말처럼, 사용하기는 더 편리했죠. 우리는 아이콘만 터치하면 됐으니까요.

기존 휴대폰들이 죽어나갔습니다. 피처폰의 황제였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순식간에 도태됐습니다. 반도체 기술력을 지닌 삼성은 겨우 살아남았고 지금 아이폰의 유일 경쟁자 자리를 점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잡스와 아이폰을 숭배(?)했습니다. 세련된 외관, 기똥찬 구동과 그립감, 멋진 카메라 기능. 그는 세상이, 문명이 손안에 들어오게 만들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그저그런 회사 애플을 세계 1위 기업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세상은 ‘Before Jobs, After Jobs(잡스 이전, 잡스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허풍만은 아닙니다. 잡스가 사망한 2011년 이후 세상은 더 빠르게 변했습니다. 우리는 휴대폰 없이 살기 어려울 정도가 됐습니다. 다 스티브 잡스 때문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①인류의 통신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알아보고 각 단계 통신기술의 장단점을 이야기해보자.

②통신기술 발전 단계를 뜻하는 2G, 3G, 4G, 5G의 차이점을 검색해서 정리해보자.

③스티브 잡스가 설계한 아이폰이 이전의 피처폰과 다른 점을 나열해보고 사용자 편리 측면에서 어떤 것이 혁신이었는지를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