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이 낳은 메타버스…'현실과 가상'의 경계 허물다
로블록스에서 노는 지구촌 아이들…신대륙인가, 신기루인가
많은 사람이 매일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살고 있습니다. 현실은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물리적 지구’를 말합니다. 가상은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같은 디지털 기술이 구현해 놓은 공간을 일컫습니다. 일종의 ‘디지털 지구’입니다. 디지털화한 세계를 부르는 용어가 생겼습니다. 메타버스. 초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입니다.로블록스에서 노는 지구촌 아이들…신대륙인가, 신기루인가
강원대 김상균 교수는 최근 낸 책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에서 “메타버스는 4개의 세계로 구성돼 있다”는 미국 비영리 기술연구단체 ASF의 주장을 소개했습니다. 증강현실의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세계가 그것이죠. 익숙한 세계들입니다. 여러분이 거의 매일 방문하는 세계들이죠. 포캣몬 잡기(증강현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하기(라이프로깅), 배달의민족과 에어비앤비 이용하기(거울 세계), 로블록스와 온라인 게임하기(가상세계) 등이 대표적인 메타버스의 세계죠. 과거에는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24시간 중 메타버스 세계에 얼마나 머물고 있나요?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는 여러분과 달리 미국의 13세 미만 어린이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꾸밀 수 있는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은 유튜브보다 로블록스에서 2.5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넷플릭스보다 16배 많은 시간 동안 로블록스 메타버스에서 놀죠. 할리우드 영화계를 꺾은 넷플릭스가 로블록스를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꼽은 이유죠. 세계적으로 2억 명의 어린이들이 로블록스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메타버스의 세계는 ‘문제적’ 질문을 던집니다. “진짜 나는 현실의 나인가, 가상의 나인가?” 아바타가 대신하는 가상의 세계에선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얼짱, 몸짱이 될 수 있고, 춤도 멋지게 출 수 있습니다. 현실의 내가 가상의 세계에서 가면을 쓴 것처럼요.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은 원래의 나와 사회 속의 내가 다를 수 있다면서 ‘페르소나(persona)’라는 말을 썼어요. 집단 속에서 개인이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 즉 페르소나는 가짜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메타버스는 21세기 ‘지킬과 하이드’형 인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미래엔 메타버스 경제가 현실의 경제만큼 번창할 것이라는 전망도 물론 있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메타버스가 제2의 콜럼버스가 될 수 있을까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