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플랫폼 기업의 공습
쿠팡·배달의민족 같은 업체들
처음 등장할 땐 '낯선' 서비스
기존 산업 위협하며 갈등 빚지만
소비자들은 '편의·후생'을 선택
닷컴·아마존도 처음엔 '소수'
혁신·파괴 교차하며 시장은 발전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낯서니까요. 늘 익숙한 환경에 생소한 것이 나타나면 경계부터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동물들도 그렇죠. 서식지 옆에 새로운 것이 있으면 짐승들은 주위를 빙빙 돌면서 간을 봅니다. 없던 게 생겼다는 거죠. 새로 등장하는 기술도 그런 경계심을 낳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즐기는 부류도 있습니다. 얼리 어댑터(early adoptor)들이죠.플랫폼 기업의 공습
쿠팡·배달의민족 같은 업체들
처음 등장할 땐 '낯선' 서비스
기존 산업 위협하며 갈등 빚지만
소비자들은 '편의·후생'을 선택
닷컴·아마존도 처음엔 '소수'
혁신·파괴 교차하며 시장은 발전
[1] 새로운 것은 언제나 소수로 시작합니다. 당연하겠지요. 소수가 다수가 되는 것, 그것이 문명화의 메커니즘입니다. 이것은 찰스 다윈이 말한 진화론과 매우 비슷한 궤적을 그립니다. 처음에 변이(소수)가 생깁니다. 이것이 서서히 환경에 적응하죠. 그리고 가장 잘 적응한 것이 선택되어서 다수로 재생산된다는 설명입니다. 플랫폼이라는 사업 영역이 딱 이렇습니다. 신문이라는 플랫폼을 예로 들어 볼까요? 옛날(?) 사람들은 종이신문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플랫폼 형태가 온라인으로 변했습니다. 지하철에서도, 바닷가에서도, 해외에서도 ‘OO닷컴’이라는 언론사 플랫폼에 접속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컴퓨터와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기술이었습니다. 인터넷이죠. 인터넷도 처음엔 ‘소수’였습니다. 지금은 필수 기술이 됐지만요.
[2] 넷플릭스라는 OTT(Over the Top: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Over the Top’이라는 뜻은 ‘Top을 넘어서’라는 것인데, 이것은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전에는 우리가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방송을 시청할 때 수신기 위에 일종의 컨버터인 셋톱박스를 두고 내려받아 놓은 뒤 콘텐츠를 봤어요. 처음에 넷플릭스는 작은 업체였습니다. 1990년대 최고의 인기 플랫폼은 비디오 대여점이었습니다. 미국의 비디오 대여 체인 ‘블록버스터’는 2000년 미국 전역에 9000여 개가 넘는 체인점과 40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리는 거대 기업이었어요. 넷플릭스의 존재감은 거의 ‘0’이었죠. 그러나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기회를 포착하고 물어뜯는 ‘야성적 기질(animal spirit)’을 발휘해 결국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렸습니다. 확산일로를 걷던 인터넷 기술에서 OTT의 미래를 봤던 것이지요. 사업 초기 단계에서 경영이 어려웠던 헤이스팅스는 블록버스터에 찾아가 5000만달러에 사가라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어요. 지금 블록버스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2억1000만 명이 가입한 최강 OTT가 됐습니다. 영화를 집에서 본다는 감을 일찍 가진 창업자의 야성적 기질이 놀랍지 않습니까?
[3]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아마존 같은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시장 파괴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죠.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자’를 기존 산업 종사자들은 환영하지 않습니다. 독점적 파워를 기반으로 자기 사업을 하면서 반감을 더 키우는 측면도 있죠. 갈등 사례는 정말 많습니다. 카카오택시나 ‘타다’ 서비스는 기존 택시업계를 위협합니다. 택시업계는 당장 여론과 정치권에 호소해서 새로운 서비스의 확산을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젊은 이용자들은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고서라도 택시를 앱을 통해 쉽게 이용하길 바랍니다. 택시업계의 상황을 소비자들은 이해해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목소리가 센 이들에 포획(포획이론)되어서 여러 보호장치를 두기도 하고 아예 ‘타다’ 같은 서비스를 금지시키기도 하죠. 택시업계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죠.
[4]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같은 새로운 플랫폼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업계와 갈등을 빚습니다. 그러나 플랫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공급자와 소비자들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죠.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직선거리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직접 거래가 아니라 이런 플랫폼을 중간상인으로 삼아 거쳐 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간상인이 없다면, 소비자는 수박을 사러 생산지로 직접 가야 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합니다. 쌀, 상추, 고추도 산지로 가서 사야겠지요? 이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사람이 바로 중간상인입니다. 플랫폼이 바로 온라인 중간상인입니다. 공급자가 어디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 수많은 정보를 모아놓고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줍니다. 쿠팡과 배민은 정보 탐색 비용을 줄여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하죠. 공급자, 소비자, 플랫폼이 ‘윈-윈-윈’ 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에서 잘 벗어나지 못합니다. 기존에 자기가 믿은 것(옛것)과 새로운 것의 차이를 잘 보려 하지 않는다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플랫폼 격변의 시대입니다. 플랫폼은 기술 발전 경로상 필연적으로 등장했습니다. 혁신과 갈등, 기회를 동시에 선사합니다. 디지털 플랫폼 역사를 공부하려는 분들은 《OTT 플랫폼 대전쟁》이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① *플랫폼이란 용어가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플랫폼 사업자 종류를 구분해보자.
②OTT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OTT의 현주소를 《OTT 플랫폼 대전쟁》이라는 책을 통해 알아보자.
③창조적 파괴와 기존 업체, 소비자 간의 이해관계를 ‘소비자 후생’이라는 관점에서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