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과학과 놀자 (53)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초음파
뇌졸중으로 온 편마비를 치료하기 위한 무선 저강도 집속 초음파 기기를 착용한 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졸중으로 온 편마비를 치료하기 위한 무선 저강도 집속 초음파 기기를 착용한 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최근 인도를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던 여객기가 이륙 30분 만에 회항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원인은 동굴에서만 주로 서식하는 박쥐가 난데없이 비행기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1일 현재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는 35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를 퍼트린 진원으로 박쥐를 지목하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면서 페루 등에서는 박쥐를 몰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박쥐가 인류사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동물로 기록되고 있지만, 박쥐가 사용하고 있는 초음파의 발견은 아이러니하게 많은 사람에게 이로운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박쥐는 인간의 적이 아닙니다.”1794년 호기심 많은 신부이자 생물학자인 라차로 스팔란차니(1729~1799)는 박쥐의 야간비행에 관심을 가졌다. 대부분의 새는 해가 지면 쉬는데 박쥐는 어둠 속에서 더욱 활개를 치며 날아다닐 뿐만 아니라, 아무리 어두워도 장애물을 피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을 수 있었다. 스팔란차니는 박쥐의 감각을 하나씩 제거하는 기괴한 실험을 하면서 박쥐가 ‘청각’에 의해서 야간비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1880년 프랑스의 형제 물리학자인 자크 퀴리(1855~1941)와 피에르 퀴리(1859~1906)가 압전 현상을 발견하고 초음파를 감지할 수 있는 장비들이 개발되면서 박쥐가 초음파를 사용한다는 ‘스팔란차니의 박쥐 문제’가 해결됐다. 물체 속과 몸의 내부를 알 수 있는 초음파초음파는 물리적 진동인 음파의 한 종류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주파수(진동수)를 가청 주파수라고 하고, 이는 공기가 1초에 20번 진동하는 20㎐부터 1초에 2만 번 진동하는 20㎑의 범위를 가진다. 가청 주파수의 가장 낮은 주파수인 20㎐보다 더 낮은 진동수를 가지는 소리도 존재할 수 있으며 이를 초저주파(infrasound)라고 한다. 초저주파는 자연적으로 눈사태, 지진, 화산 등에 의해 생길 수 있으며 때로는 핵실험 등을 검출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가청 주파수의 가장 높은 주파수인 20㎑를 넘어가는 소리가 바로 초음파(ultrasound)다.

초음파는 매질의 진동에 의해 전달되는데 매질의 밀도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 성질이 있다. 흔히, 공기 중에서 소리의 전달이 물에서의 전달보다 느린 이유도 공기가 물에 비해 밀도가 낮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런 물리량을 조금 더 유식하게 표현하면 각 물체에서 진동이 전달되는 저항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를 음향적 임피던스(acoustic impedance)라고 부른다. 음향적 임피던스는 물체마다 또는 몸속의 장기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음향적 임피던스가 다른 물체를 초음파가 통과하면, 여기서 반사가 일어나고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통해 각각의 다른 물체의 경계면을 알 수 있다. 특히, 초음파를 일정한 방향으로 발사한 후 각 경계면에서 반사파가 전달된 시간을 통해 그 경계면의 방향과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원리를 물체 내에서 사용하면 비파괴 검사를 할 수 있다. 다양한 건축물에서 결함을 검사하거나,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봉 등을 검사하는 데 사용한다. 이를 몸속을 보는 데 사용하면, 흔히 병원에서 태아를 보거나 심장, 간, 신장 등을 보는 초음파 영상 진단기기가 된다. 코로나19에 막혀버린 스마트폰 안면인식을 초음파로?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써 스마트폰 안면인식 기술이 무용지물이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스마트폰 업체들은 옛 기술로 여겨지던 지문인식을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박쥐에서 찾은 초음파를 이용한 지문인식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S10부터 초음파 지문인식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갤럭시S21 시리즈에서는 전작에 비해 77% 넓은 영역을 스캔하고 50% 더 빨라진 3차원 초음파 지문 센서를 사용하고 있다.

초음파 지문인식의 원리는 지문 굴곡에 의해 형성된 공기층에서 반사하는 초음파를 통해 감지되는 지문 이미지를 식별하는 윈리다. 즉, 초음파 영상 진단기기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초음파는 깊이 방향으로도 영상을 만들 수 있어, 기존 정전용량식 지문인식 기술로는 감지할 수 없었던 융선과 땀구멍을 인식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손가락에 물이나 기름 등 이물질이 묻어 있어도 인식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에 더해 디스플레이 패널 밑으로 센서를 넣을 수 있어 디스플레이 패널과 일체형으로 만드는 등 트렌디한 디자인을 가능하게 한다. 초음파로 피부미용에서부터 생명을 구하기까지초음파를 통해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최근에는 초음파를 통해 직접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초음파는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빛과 마찬가지로 집속을 하게 되면 물체를 태울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해 높은 초음파 에너지를 조절해 피부 아래 진피층에 인위적으로 자극을 주어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피부 리프팅에 사용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수술하지 않고 몸속의 암세포를 태워 암을 치료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집속 초음파의 에너지를 낮춰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조절하고, 특정 약물을 특정 부위에 전달해 치료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뇌졸중 환자들의 회복을 돕는 치료기기로도 활용된다.

초음파 지문인식에서부터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겨울이 되면 초음파 가습기로 건조함을 없애고 여름이면 초음파 모기퇴치기로 편안한 잠자리를 보낼 수 있는 등 초음파를 통해 인류가 받은 혜택은 헤아릴 수 없다. 물론 박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래로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초음파 기술의 발견으로 약 100년 동안 인류에게 준 혜택을 무시하면서까지 박쥐를 미워할 필요가 있을까? √ 기억해주세요
이병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이병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초음파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인 20㎑를 넘어가는 소리다. 일반적으로 초음파는 파동의 한 종류로 파동의 성질인 중첩, 반사, 굴절, 회절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횡파와 종파로 나누어질 수 있다. 초음파의 진행 속도는 각 매질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공기는 약 340m/s, 물에서는 약 1500m/s로 진행한다. 이런 매질의 음향적 임피던스 차이로 인해 각 물질 경계면에서 반사되는 신호를 감지해 내부 구조를 자세히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구조물을 파괴하지 않고 내부 결함이나 엄마의 배 속 태아를 관찰할 수 있다.